법정대리인 책임 강화 없는 제도는 허점투성이
HUG 보증사고액 6년 새 10배↑…명단공개 '0명'

전세사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이제는 '미성년자 임대인'이 또 다른 사각지대로 떠오르고 있다.

나이 어린 임대인들이 수억 원대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서 사고 금액이 폭증하고 있지만, 법과 제도는 여전히 미성년자의 이름 뒤에 숨어 있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대전 중구)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미성년 임대인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금액은 2019년 115억원(58건)에서 2024년 425억원(238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사고 금액도 3억원에서 34억원으로 치솟으며, 피해 규모가 해마다 커지고 있다.

특히 일부 미성년자는 이름만 올린 명의자가 아니라, 여러 채의 주택을 실제로 소유하며 임대사업을 운영하는 사례까지 확인됐다.

박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생 10세 아동 A군은 서울 강서·양천·동작 일대 다세대주택을 여러 채 취득해 임대해왔으며, 전체 보증금 13억5000만원 중 9억원을 반환하지 않았다.

전북 지역 8세 아동 C양의 경우에도 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된 주택 7채 가운데 2채(2억9600만원)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HUG가 1억3600만원을 대신 지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가 공개하는 '상습채무불이행자 명단'에는 단 한 명의 미성년자도 오르지 않았다.

HUG는 "미성년자의 부모 등 법정대리인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연대보증인으로 등록되지 않아 구상권 청구나 재산조사가 불가능하다"며 "현행법상 명단공개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결국 피해자는 늘어도 책임을 물을 대상은 사라지는 셈이다. 보증기관이 피해액을 대신 갚더라도 법정대리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고, 정부의 불이행자 명단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에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용갑 의원은 "국회가 2020년 미성년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금지했지만, 그 이후에도 미성년 임대소득자는 매년 늘고 있다"며 "부모나 법정대리인에게도 실질적인 책임을 부과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의 허점을 방치하면 또 다른 형태의 전세사기가 반복될 것"이라며 "정부가 제도 개선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전=이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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