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창] 심완보 충청대 교수
그리스 신화에 어둠의 장막을 거두어들이고 새벽을 여는 ‘새벽의 여신’ 에오스와 트로이 왕자 티토노스의 이야기가 나온다. 에오스는 풍요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연인이었던 군신 아레스를 유혹한 죄로 아프로디테의 저주를 받아 에오스와 사랑을 나눈 모든 남자는 죽임을 당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남자와 관계를 갖던 에오스는 티토노스라는 미소년에게 한눈에 빠졌고, 티토노스와 하룻밤을 보낸 에오스는 자신이 그를 진정으로 사랑한다고 느끼고 그의 죽음을 막고자 올림포스 최고의 신 제우스를 찾아가 그녀의 연인인 티토노스를 영원히 살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에오스는 티토노스가 영원히 늙지 않도록 해 달라는 부탁을 잊는 실수를 했다. 제우스는 그녀의 간곡한 청을 들어주었고, 둘은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나 티토노스와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던 에오스도 티토노스가 늙고 볼품이 없어지자, 그에게 싫증을 내기 시작했다. 에오스는 티토노스의 늙은 모습이 보기 싫어 방에 가둬 버렸고, 한참을 지나 방을 열어 보니 티토노스는 매미로 변해 있었다.
나이가 들면 누구도 ‘노화’를 피할 수 없다. 필자도 요즘 부모님이 나이가 들어가심에 따라 병원의 다양한 진료과에 모시고 가야 할 일이 많아지고 필자 자신 또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병원에 가서 진료받아야 할 의사가 늘어남에 계속 건강할 줄 알았던 자신에 실망하며 조금은 우울해진다.
필자도 시간이 가면서 언젠가는 신체 여기저기 부품들이 고장나면서 종국적으로 티토노스의 운명을 맞이할 것이라는 우울한 미래를 직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노화’보다도 우리의 삶의 질을 더 떨어뜨리는 것이 ‘노쇠’이다. 노쇠는 노화 진행 과정에서 정신 및 신체적으로 취약해지는 상태를 말한다. 나이가 들어 가면서 자연스러운 노화야 어쩔수 없지만 노쇠는 막아야 할 대상인 것이다.
자신의 노쇠 여부를 자가 진단할 때 가장 널리 사용되는 테스트 법으로 ‘프리드 노쇠 기준’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최근 6개월(혹은 1년) 이내에 체중이 4.5kg 이상 또는 5% 이상 줄었다. 둘째, 하루에 10분 이상 계속 걷기 힘들거나 걷는 속도가 느려졌다. 셋째, 쉽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피로감을 느낀다. 넷째, 활동량이 줄고 적극적인 신체활동을 기피해 최근 일주일 동안의 활동 열량이 하위 20%에 그쳤다. 다섯째, 성별과 체질량지수(BMI)를 보정한 ‘악력’이 하위 20%에 해당한다. 이상 5개 항목 가운데 3개 이상에 해당한다면 ‘노쇠’ 상태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노쇠 예방과 개선에 가장 효과적인 것은 꾸준한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이라고 말한다. 특히 규칙적인 운동 습관은 근육량을 늘려 근감소증과 노쇠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게 해 준다고 말한다. 노쇠를 이겨내려면 죽는 날까지 영양가 있게 고루고루 잘 먹고 꾸준히 운동하는 방법밖에는 없는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