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유언대로 10불짜리 수표를 끊어서 관속에 넣었다. 다음은 유태인친구 차례였다. 그는 미국친구와 영국친구가 하는 모양을 보고나서는 천천히 주머니에서 수표책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20불짜리 자기앞수표를 끊어서 관속에 넣고는 대신 그 안에 있던 미국인의 10불짜리 현찰을 거슬러 가더라는 것이었다. 물론 이 이야기는 유태인이 돈에 대해서 그만큼 무섭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 누군가가 꾸며낸 이야기이다.
유태인의 수전노 근성의 대변자는 아무래도 샤일록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세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샤일록을 수전노의 전형적인 인물로 생각하며 그는 유태인이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문현에 의하면 세익스피어가 세상에 태어나기 이전에 모든 유태인은 영국에서 추방된 것으로 되어있다. 그렇다면 세익스피어는 유태인을 만나본 일도 없고 더욱이 교분이 있었을리도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세익스피어 역시 유태인은 수전노라는 막연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중세 구라파에서 유태인은 법률에 의하여 토지를 소유할 수 없었다. 따라서 농사를 지을 수도 없었고 물품제조업자의 동업조합인 “길드”에 가입할 수도 없었다. 유태인이 생전을 위하여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장사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그들의 역사적 배경을 보면 유태인이 탁월한 상재(商才)를 길러냈으리라는 것은 인간의 자위 본능상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오늘날 미국에서 운동선수와 연예인 중에 흑인이 많은 것은 처음부터 그들에게 그런 소질이 있어서라기보다도 그 길만이 쉽게 출세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라는 것과 유사한 것이다. 상업에 종사하다보니 돈에 대해서 일찍 눈뜨게 되었으며 구라파에서 처음으로 은행제도를 창설하고 많은 유태인이 금융업으로 부(富)를 축적하게 되었을 것이다. 유태인이 수전노라는 편견을 갖게 한 것은 아마도 이런데서 연유된 것이 아닌가 한다.
유태인은 돈이 많다는 이야기를 한다. 미국의 월가를 장악하고 있는 것도 유태인이요 미국 대도시의 상권 역시 거의 유태인에 의하여 통제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러한 통념도 알고 보면 사실과는 좀 거리가 있다. 구라파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유태인은 이른바 빈민가에서 살고 있다. 그것은 동구라파나 서구라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유태인은 모두 돈이 많다는 주장은 설득력 있는 근거를 가지지 못한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유태인에게 어떤 사회적인 규제가 가해지지 않고 자유스럽게 그들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들은 빠른 시간에 사회 상층으로 올라가는 능력을 과시할 것이라는 것이다. 어떤 사회학자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에 이민 온 유태인은 반드시 3세대 만에 전문직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1세는 부두 노동을 하지만 2세는 규모가 작은 상업에 종사하고 3세는 변호사나 의사와 같은 전문직에 종사하게 된다는 것이다. 유태인이 대거 미국으로 이민해 가던 초기 그들의 대부분은 빈민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의 빈민가에서 유태인을 찾기란 혹시 쓰레기통에 버렸을지도 모를 금반지를 찾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확실히 유태인들은 그들의 독특한 종교적 계율 때문에 생활습관도 특이하고 그들이 어느 곳에 살든지 유태교의 기도소를 건립하고 그 지역에 사는 모든 유태인들은 그 기도소를 중심으로 단합하는 민족적 단결력을 나타낸다. 그리고 모든 유태인의 자녀는 일주일에 한번 기도소에 가서 민족교육을 받도록 되어있다. 유태인의 기도소를 ‘시나고그’ 라고 한다.
/윤한솔 홍익불교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