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배상금 예산 줄인 국방부, 지연이자만 수십억 '눈덩이'
배상금 예산, 실제 지급액의 5분의 1 수준
배상보다 절감이 우선… '책임 회피 구조' 심각
예산 과소편성… 피해자는 고통
국회, 예산 정상화 논의 착수
국가의 잘못에 대한 책임이 예산의 벽에 가로막혀 있다.
국방부가 최근 3년간 국가배상금 예산을 줄여 편성하면서,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배상금 지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배상 지연으로 인해 정부는 연 12%의 지연이자를 물며, 국민 세금으로 또다시 손실을 떠안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황명선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의 국가배상금은 최근 2년 연속 1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2026년도 본예산에는 전체 필요액의 20% 수준인 200억원만 반영됐다. 실제로 2024년 배상금 집행액은 1357억원, 올해도 10월 15일 기준 이미 987억원에 이르렀다. 법원의 배상 결정이 잇따르는 만큼, 올해 역시 10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배상 규모를 현실적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국방부가 요구한 예산 709억원조차 기획재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올해 확정된 배상금 예산은 177억원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국방부는 매년 예산을 이·전용하며 부족분을 메우는 임시방편에 의존하고 있다.
그 여파는 명확하다. 국방부의 국가배상금 집행률은 2023년 442%, 2024년 767%, 올해도 555%를 넘었다. 이는 정부가 편성 예산보다 몇 배의 금액을 추가 집행했다는 의미로, 국가 재정의 일관성과 투명성을 스스로 무너뜨린 셈이다.
무엇보다 배상 대상자들이 법원의 판결 이후에도 오랜 시간 보상을 기다려야 하는 현실이 문제다. 배상금이 늦게 지급될수록 정부는 지연이자를 더 부담해야 하며, 그 금액은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황명선 의원은 "국가가 저지른 민간인 희생 사건에 대한 배상 예산을 제대로 편성하지 않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외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국회 차원에서 현실적인 예산 증액을 통해 피해자들의 권리가 온전히 보장될 수 있도록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계룡=이한영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