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무요원 예산 전용해 이례적 속도 완공
국정원, 병무청만 점검하고 다른 기관은 제외
"계엄 선포 직전 완공… 내란특검 수사해야"
비상계엄 선포 사흘 전인 지난 2024년 11월 30일, 병무청 지하에 새로 지어진 '종합상황실'이 조용히 완공됐다.
문제는 이 공사가 통상적인 예산 절차를 건너뛴 채 사회복무요원 관련 예산을 전용해 추진됐고, 완공 시점이 계엄 선포 직전이었다는 점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황명선 의원(더불어민주당·논산·계룡·금산)은 "국가정보원이 2023년 7월 병무청에만 비공식 점검을 다녀간 뒤,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상황실이 완공됐다"며 "조달청과 방송통신위원회도 같은 '상황실 공간 확보' 지침을 받았지만, 유독 병무청만 예외적으로 빠르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황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7월 17일, 신원을 밝히지 않은 국정원 직원 2명이 하루 전날 전화 한 통만 남기고 병무청 종합상황실을 점검했다. 당시 병무청은 지상층에 위치한 상황실을 운영 중이었고, 국정원이 이곳을 점검한 것은 최근 5년 내 처음이었다.
그로부터 반년 뒤인 2024년 1월, 행정안전부는 각 중앙행정기관에 '비상대피시설 구축 계획'을 통보했다. 이 지침에 따라 병무청, 조달청, 방통위가 모두 대상 기관으로 지정됐으나, 실제 국정원의 점검은 병무청에만 진행됐다.
이후 2024년 5월에는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함께 근무했던 육사 44기 김종철 전 경호차장이 병무청장으로 임명됐다. 한 달 만인 6월 병무청은 기획재정부와 예산 전용 실무협의를 마쳤고, 7월 25일 전용 승인을 받았다. 10월 7일 착공된 공사는 11월 30일 완공되며, 불과 55일 만에 모든 절차가 마무리됐다.
황 의원은 "조달청은 올해 초 본예산에 반영해 2025년 1~2월 공사를 진행했고, 방통위는 아직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했다"며 "병무청만이 유일하게 예산 전용을 통해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공사를 끝냈다"고 지적했다.
실제 병무청은 169㎡ 규모의 지하상황실을 4억2000만원에 조성했으며, 이는 조달청(172㎡·1억3000만원)의 세 배가 넘는 예산이었다. 이 과정에서 국회 승인 절차는 없었고, 사회복무요원 예산 일부가 전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황 의원은 "국정원이 유독 병무청만 점검하고, 대통령 경호라인 출신 인사가 청장으로 임명된 뒤 예산 전용이 이뤄졌으며, 계엄 선포 직전 완공된 점을 우연이라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정황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병무청 지하상황실 사업은 12·3 비상계엄을 준비하기 위한 일정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내란특검 수사 범위에 포함시켜 진상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안이 행정 절차의 범위를 벗어나, 정권 핵심부의 지시와 연관된 조직적 행위였는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계룡=이한영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