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X-마음' 신뢰 탈선…감사·감독 강화 여론 확산
334칸 중 70% 미납, 중량 초과에 운임 손실
기술력 부족 지적받은 업체와 또 계약 논란
국민 상식에 맞지 않는 계약…철저한 감사 필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납품 문제로 구설에 오른 다원시스와 다시 2400억원대 신규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차량 납품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계약을 체결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거세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용갑 의원(더불어민주당·대전 중구)에 따르면, 코레일은 지난 4월 다원시스와 ITX-마음(EMU-150) 116칸 공급 계약을 2429억원 규모로 체결했다. 하지만 다원시스는 이미 2018년과 2019년에 계약한 474칸 중 334칸을 아직 납품하지 못한 상태로, 전체의 70%가 미납으로 남아 있다.

다원시스는 고속 전동차 제작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사업을 수주한 뒤, 설계 지연과 기술자료 불일치, 용접 미흡, 부품 수급 차질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며 납품 일정을 8차례 수정했다. 그 결과 코레일은 노후 차량을 연장 운행해야 했고, 2026년까지 약 53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더 큰 문제는 납품된 차량조차 기준에 미달했다는 점이다. 공차 기준 190t 이하로 제작돼야 할 ITX-마음의 실측 중량이 205t으로 나타나 15t을 초과했다. 이에 따라 입석 승객 탑승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이로 인한 운임 손실이 향후 25년간 11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코레일은 지난 2024년 9월 다원시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럼에도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국토교통부는 해당 차량에 대해 "기술 기준에는 문제가 없다"며 적합 판정을 내렸다. 국토부는 같은해 3월 다원시스 제작 차량에 형식승인증명서를 발급했다.

박용갑 의원은 "납품 지연과 제작 결함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같은 업체와 또다시 수천억원대 계약을 체결한 것은 국민 상식과 맞지 않는다"며 "국토교통부는 계약 과정 전반을 면밀히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정래 한국철도공사 부사장은 "이번 일로 국민께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고, 맹성규 국토교통위원장은 "계약 과정 전반에서 구조적인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며 "국토부가 경위를 철저히 파악해 추가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철도업계 관계자들은 "기술 검증 절차가 강화되지 않으면 유사한 문제가 되풀이될 수 있다"며 "공공기관의 사업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전=이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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