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만 장비 완비, 철도공사 도입 '미루기 급급'
지방철도는 계획조차 없어… 사실상 무방비
화재 나면 속수무책, 국민 안전은 뒷전 비판 거세
전국 철도 현장이 전기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도, 정작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안전 대응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서울 지하철과 공항철도, 수도권 전철 등에서 잇따라 전기화재가 발생했지만, 대부분의 철도 운영기관이 기본적인 전기소화기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실정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용갑 의원(더불어민주당·대전 중구)에 따르면, 각 철도 운영기관의 전기소화기와 질식소화포 배치 현황을 분석한 결과, 모든 장비를 제대로 갖춘 곳은 SRT를 운영하는 ㈜에스알 한 곳뿐이었다. 반면 코레일은 열차와 역사에 질식소화포 889개를 설치했을 뿐, 전기소화기는 "인증 제품이 나오면 구매하겠다"며 수년째 도입을 미뤄왔다.
그 사이 화재는 계속됐다. 서울 지하철 4호선, 2호선, 공항철도 등에서는 보조배터리와 전기오토바이 배터리 폭발로 불이 잇따랐고, 일부 구간에서는 한 시간 넘게 열차가 무정차 통과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시민 불안이 커지는 사이, 코레일은 '제도 미비'와 '인증 대기'만을 이유로 대응을 미뤄온 셈이다.
지방 교통공사들의 현실은 더 심각하다. 대전·광주·부산·인천·대구 교통공사와 GTX-A 운영사 등은 전기소화기와 질식소화포 도입 계획조차 세우지 않았다. 일부 노선은 모터카용으로만 극소량을 보유하고 있어, 실제 열차나 승강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사실상 손쓸 방법이 없다.
박용갑 의원은 "보조배터리, 리튬이온전지 등으로 인한 전기화재가 급증하는데도 한국철도공사는 여전히 늑장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국토교통부가 즉시 철도차량 안전기준을 개정해 모든 열차와 역사에 전기소화기·질식소화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철도공사가 스스로 안전 기준을 강화하지 않으면 제2의 대형 사고는 시간문제"라며 "'인증 대기'라는 명목으로 장비를 미루는 것은 국민 안전을 외면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대전=이한영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