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속 예대마진 폭증… 소비자 부담 그대로
"이자수익 투명공시·환원제도 시급" 지적
인터넷은행도 구조 비슷… '이익 독점' 우려
고금리 장기화 속에서도 은행들이 예대마진(대출이자와 예·적금이자 차익)을 통해 천문학적 이익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와 금융당국이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여전히 절반 수준에 머물러 '이자 장사'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21일 은행연합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2020~2024년) 국내 은행 전체의 예대마진은 무려 261조6382억원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서울시 5년치 예산 총액(212조원)을 훌쩍 넘는 수준으로, 국민이 납부한 이자가 사실상 은행의 수익원으로 흘러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 등 6대 시중은행의 이자비용 환원율은 모두 60%에도 미치지 못했다.
고객으로부터 받은 대출이자의 절반가량만 예·적금 이자로 돌려주고 있다는 뜻이다.
가계대출 금리가 6~7%까지 올랐지만 예·적금 금리는 여전히 2~3%대에 머물러, 금융소비자의 부담은 커지고 은행의 수익성은 오히려 확대되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구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카카오뱅크의 이자수익 대비 이자비용 비율은 260%를 넘었고, 케이뱅크 역시 233% 수준으로 조사됐다. 농협·국민·기업은행 등 주요 은행들도 수십 조 원대의 이자수익을 기록하면서도, 예금·적금 고객에게 환원된 금액은 절반 이하였다.
이 같은 불균형 구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22년과 2023년 국정감사에서도 이미 국회 정무위원회가 은행권의 과도한 예대마진과 낮은 이자 환원율을 집중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당시 금융당국은 "예대금리차 공시 확대와 이자비용 구조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제도 개선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현재까지도 뚜렷한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박범계 의원은 "은행의 대출이자 수익이 폭증하는 동안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은 심각한 구조적 문제"라며 "예대마진과 이자비용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에게 이익이 환원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어 "인터넷은행을 포함한 신종 금융플랫폼들도 기존 은행과 다를 바 없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며 "정부와 금융당국은 '경쟁 촉진'이라는 명분에 기대기보다, 금융소비자 보호 중심의 규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또 "은행이 막대한 이익을 쌓으면서도 공공성 강화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금융산업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며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전=이한영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