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름병 확산·양념값 상승 겹쳐 농가·소비자 모두 ‘한숨’
배추·무 값은 반값인데…가을비·병해로 ‘안심할 수 없는 김장철’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두고 김장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여름 폭염에 이어 10월 들어 잦은 가을비가 이어지면서 배추밭 곳곳에 무름병이 퍼지고, 수확이 지연되면서 지역 김장재료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배추와 무의 도매가격은 일시적으로 내림세를 보이지만, 병해 확산과 일조량 부족으로 생산 차질이 심화할 경우 언제든 가격이 반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충북 제천시와 충주시, 충남 홍성 등 중부 내륙의 주요 배추 산지에서는 최근 무름병과 뿌리썩음병 피해 신고 면적이 100ha를 넘어서며 농가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제천 송학면과 청원·음성 일대에서는 늦가을 장마로 토양이 과습해지면서 잎이 물러 썩고 악취가 나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배추는 습해와 온도 변화에 취약해 최근처럼 비가 잦고 햇빛이 부족한 날씨가 이어지면 병이 급속도로 퍼질 수 있다”며 “배수 정비와 약제 방제를 병행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당부했다.

청주 농수산물도매시장 관계자는 “요즘 들어 배추가 물러 상품성이 떨어진 물량이 늘었다”며 “김장철 수요가 본격화되면 물량이 달라질 수 있어 가격 등락폭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충북지역 도매시장 기준 배추는 10㎏에 5000원대 중반, 무는 20㎏에 1만원 안팎으로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낮다. 그러나 김장에 빠질 수 없는 양념 재료인 마늘·양파·대파 가격은 상승세다.

22일 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양파는 전년 대비 10.6%, 대파는 9%, 깐마늘은 7% 가까이 올랐다.

청주 육거리시장 상인 김모씨(62)는 “배추가 싸다고 해도 양념 재룟값이 오르니 전체 김장 비용이 예년과 비슷하다”며 “소비자들도 ‘이번 주가 싸다더라’며 눈치만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젓갈류 중에서는 멸치액젓이 전년 대비 10% 이상 오르며 김장 비용 부담을 키우고 있다. 반면 천일염과 새우젓은 비교적 안정세를 보인다.

배추와 무 가격이 폭락했지만, 농가는 웃지 못하고 있다. 제천 한 농민은 “무 한 상자 작업비가 5000원, 운송비가 1만원인데 도매가가 1만원 남짓이라 팔면 팔수록 손해”라며 “비 피해로 상품성 떨어진 물량이 많아 수확을 포기한 농가도 있다”고 토로했다.

반면 청주 시내 마트에서는 “며칠 새 배춧값이 다시 오르고 있다”는 소비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최근 일조량 부족과 병해 영향으로 출하가 늦어지면 김장철 수요와 맞물려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24일 ‘김장재료 수급 동향 점검 회의’를 열어 배추·무 계약재배 확대, 정부 비축물량 방출, 할인행사 강화 등 대응책을 논의한다.

충북농협도 지역 농협과 협력해 절임배추 공동판매와 할인행사 등을 준비 중이다. 충북농협 관계자는 “병해로 인한 피해가 장기화하지 않도록 농가 지도와 수급 안정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옥기자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