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5명에 헬멧 1개…첨단 전투력 발목
예산 200억원에 40대분 그쳐 '돌려쓰기' 불가피
황명선 "조종사별 HMD 지급 안 되면 전력 강화는 공염불"
대한민국 공군의 주력 전투기 KF-16이 핵심 전투장비 부족으로 '눈 가린 비행'을 하고 있다.
첨단 헬멧 장착형 디스플레이(HMD·Helmet Mounted Display)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조종사 다섯 명이 한 개의 장비를 번갈아 써야 하는 상황이 현실이 된 것이다.
현재 공군은 F-35A 전투기에만 HMD를 장착해 운용 중이며, 주력 전력인 KF-16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HMD는 조종사의 시선 방향으로 즉시 조준이 가능한 장비로, 계기판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전장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조종 효율성과 생존률을 동시에 높여주는 '전투기의 두 번째 눈'이다.
공군은 KF-16 성능개량사업을 통해 AESA(능동전자주사식) 레이더와 신형 임무컴퓨터, 전자전 장비 등을 새로 장착하면서 HMD 운용이 가능한 내부 배선까지 이미 설치했다. 그러나 장비 본체를 구입할 예산이 배정되지 않아, 사실상 껍데기만 업그레이드된 상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공중전력 강화의 필요성이 커지자, 공군은 HMD 도입을 '현존전력극대화 사업'에 포함시켰다. 절차를 간소화해 2027년까지 실전 투입을 목표로 잡았지만, 예산 규모는 턱없이 부족하다. 공군이 국회 국방위원회 황명선 의원실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배정된 예산은 200억원에 불과하다. 이 예산으로는 40여 대분의 장비만 구매할 수 있어 전체 KF-16 조종사의 20%만 지급이 가능하다.
결국 각 비행단은 제한된 장비를 조종사끼리 돌려써야 하는 처지다. 문제는 HMD가 개인별로 시야 각도와 체형에 맞춰 정밀 보정(calibration)돼야 한다는 점이다. 숙련도에 따라 장비 성능이 달라지고, 개인 훈련이 지속되지 않으면 실전 투입 때 오작동 위험도 높아진다.
황명선 의원은 "HMD는 조종사별 맞춤 장비인데, 현재 계획대로라면 그 장점이 무의미해진다"며 "실질적인 전력 강화로 이어지려면 최소한 개인 지급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시방편식 도입은 세금 낭비에 불과하다. 장기적인 전력 강화 계획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군은 2027년까지 1차 보급을 완료한 뒤 추가 도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예산 편성이나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계룡=이한영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