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녹지·데이터를 잇는 미래 도시 혁신
AI가 해석한 도시의 변화, 시민이 직접 체험
기술에서 사람으로, 공감하는 지능의 확장
도시는 더 이상 고정된 공간이 아니라 '생각하는 유기체'로 진화하고 있다.
KAIST 도시인공지능연구소(소장 윤윤진 지정석좌교수)가 미국 MIT 센서블 시티 랩(Senseable City Lab, 소장 Carlo Ratti 교수)과 함께 진행한 'Urban AI(도시 인공지능)' 공동연구 성과를 '스마트라이프위크 2025(Smart Life Week 2025)' 전시를 통해 공개했다.
두 기관은 도시의 복잡한 문제를 인공지능으로 해석하는 'Urban AI 공동연구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도시 기후 변화 △녹지 환경 △데이터 포용성 등 세 가지 주제를 시민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전시로 구성했다.
첫 번째 프로젝트 '도시의 열과 매출'은 기후 변화가 도시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한 연구다.
서울 426개 행정동, 96개 업종의 매출과 날씨 데이터를 포함한 3억 건 이상의 자료를 학습한 모델이, 기온과 습도 등의 요인이 업종별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화했다. AI가 산출한 '도시 회복력(Urban Heat Resilience)' 지표 4만여 개는 지역별 상권이 기온 리스크에 얼마나 강한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며, 향후 소상공인의 입지전략과 기후 대응정책의 과학적 근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관람객은 서울 지도를 기반으로 지역과 업종을 선택하면, AI가 미래 기온 상승 시나리오에 따른 매출 변화를 실시간 예측하는 체험형 시스템을 직접 조작할 수 있었다. KAIST는 이 모델을 기반으로 보스턴·런던 등 해외 도시와의 협력 확장을 추진 중이다.
두 번째 프로젝트 '치유하는 자연, 서울'은 MIT의 글로벌 프로젝트 'Feeling Nature'의 서울 확장판이다.
AI가 스트리트뷰, 지도, 위성 이미지, 시민 설문 데이터를 학습해 시민이 실제로 '심리적으로 느끼는 녹지(psychological green)'를 추정했다. 이는 나무의 밀도나 공원의 면적 계산을 넘어, 시민의 정서적 안정감과 회복력을 반영한 도시 설계의 새 방향을 제시한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보이는 녹지'에서 '느껴지는 녹지'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과학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프로젝트 '데이터 소니피케이션'은 3억 건이 넘는 도시 데이터를 음악처럼 변환해 들려주는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기술이다.
AI는 온도·습도·매출 등 데이터를 소리로 재해석하며, 기온이 오르면 음이 높아지고 매출이 줄면 낮은 음으로 바뀌는 방식으로 정보를 표현했다. 이를 통해 시각 대신 청각으로 데이터를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도시 소통 방식을 제시했으며, 시각장애인·아동 등 데이터 접근성이 낮은 시민에게도 직관적 이해를 돕는 '포용적 AI(Barrier-Free AI)'의 가능성을 열었다.
서울AI재단 김만기 이사장은 "KAIST와 MIT의 협력은 도시와 기술,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는 시도였다"며 "이번 연구가 시민의 감각과 정책, 기술을 연결하는 교량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윤진 소장은 "이번 전시는 인공지능이 도시를 계산하는 기술에서 사람과 도시를 공감하고 이해하는 새로운 지능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며 "시민이 데이터를 함께 만들고 경험하며, 더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도시를 함께 설계해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Urban AI' 연구는 서울AI재단의 후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KAIST 도시인공지능연구소와 MIT 센서블 시티 랩이 공동으로 참여한 글로벌 협력 프로젝트다. /대전=이한영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