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선 의원 "정신전력 교육이 이념의 통로로 변질되고 있다"
폐기 도서 2권 모두 내부 추천으로 선정… 추천자 기록도 '증발'
한미안보연구회·트루스포럼 개입 정황 제기

군 장병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 운영되는 '진중문고'가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국방부가 내부 인사가 추천하고 자체 심의까지 진행한 사실이 드러난 데다, 극우 성향 단체와의 연계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진상 규명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28일 "국방부가 특정한 이념을 가진 도서를 스스로 추천하고 심의까지 진행한 것은 제도의 본질을 훼손한 행위"라며 "정신전력이라는 이름으로 정치적 색채를 주입하는 것은 군의 가치와 중립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황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이후 폐기된 진중문고 도서는 '우리는 이렇게 나라를 지켰다'(2025년 1월 폐기)와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6·25 전쟁이야기'(2025년 8월 폐기) 두 권이다. 모두 국방부 내부에서 직접 추천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당시 도서 추천에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었다. 부서 자체 추천을 허용하는 훈령은 2025년 4월에 제정됐고, 해당 도서들은 그보다 앞선 2024년 8월 이미 선정됐다. 제도적 절차 없이 진행된 내부 결정이었다는 점에서 절차적 정당성 논란이 제기된다.

더욱 문제인 것은 추천자의 기록조차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이다. 국방부는 누가 어떤 이유로 도서를 추천했는지 관련 문서나 데이터베이스를 전혀 보관하지 않았다. 황 의원실이 확인한 결과, 담당 부서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변만을 내놓았다.

특히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6·25 전쟁이야기'의 저자는 한미안보연구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으며, 이 단체는 국방부의 공식 승인 이전부터 "국방부장관상 수여 예정" 문구를 사용해 홍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 내부 관계자와의 사전 협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미안보연구회는 초대 회장을 간도특설대 출신의 백선엽 장군이 맡았고, 현 회장은 자유민주당 최고위원인 김병관씨다. 또 극우 성향 단체로 알려진 '트루스포럼'이 문제의 도서 제작을 지원한 사실도 확인됐다.

황명선 의원은 "군의 독서프로그램이 정치 세력의 영향권에 놓이게 된다면 이는 명백한 제도적 문제"라며 "국방부 내부의 추천 구조와 외부 단체의 개입 여부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병의 독서 교육은 사고의 폭을 넓히고 균형 잡힌 시각을 기르는 과정이어야 한다"며 "이념적 편향이 군 교육에 스며드는 일은 국가 안보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계룡=이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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