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생각하며] 전미영 2M 인재개발원장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인공지능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검색, 쇼핑, 학습, 심지어 친구와의 대화까지 AI가 개입하지 않는 영역을 찾기 어려운 시대다. 특히 청소년들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둘러싸여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로, AI와 데이터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소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 편리함의 이면에는 간과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바로 데이터 윤리이다.

데이터 윤리란 단순히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데이터가 수집·분석·활용되는 모든 과정에서 인간의 존엄과 사회적 가치를 지켜내는 원칙을 의미한다. AI가 학습하는 데이터가 편향되어 있다면, 그 결과 역시 왜곡될 수 있다. 실제로 채용 과정에서 특정 성별이나 지역을 불리하게 평가하는 사례, 혹은 SNS 알고리즘이 자극적 콘텐츠를 과도하게 노출하는 문제는 이미 현실이 되었다. 청소년들이 무심코 클릭하고 공유하는 데이터가 결국 또 다른 편향을 강화하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데이터 윤리는 더 이상 전문가만의 과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청소년과 데이터 윤리는 어떤 접점을 가져야 할까. 첫째, 비판적 데이터 리터러시가 필요하다. 단순히 정보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정보가 어떤 맥락에서 만들어졌는지, 어떤 의도를 담고 있는지 질문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둘째, 책임 있는 디지털 시민성을 길러야 한다. 온라인에서의 작은 행동(사진 업로드, 댓글 작성, 위치 공유)이 모두 데이터로 남아 사회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셋째, 교육 현장의 역할이 절실하다. 교과 과정 속에서 데이터 윤리를 별도의 과목이 아닌, 수학·사회·윤리 등 다양한 교과와 연계해 다루는 시도가 필요하다.

물론 청소년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다. 플랫폼 기업은 투명한 데이터 처리와 알고리즘 공개를 통해 신뢰를 쌓아야 하며, 정부와 사회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디지털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미래 세대인 청소년 스스로가 데이터 윤리의 주체로 성장하지 않는다면, AI 시대의 편리함은 곧 위험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AI는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도구다. 하지만 그 도구가 인간을 지배하지 않도록 하는 힘은 결국 윤리적 감수성과 책임 있는 선택에서 나온다. 데이터 윤리를 내면화한 청소년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AI 시대를 더 공정하고 안전하게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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