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조직에서 배우는 조직으로
책이 찾아오는 사무실, '북켓배송' 인기
공공과 민간이 함께 만든 독서문화 생태계

▲ 2년 연속 ‘대한민국 독서경영 우수 직장’ 인증을 획득. 가운데 정용래 유성구청장과 직원들
▲ 2년 연속 ‘대한민국 독서경영 우수 직장’ 인증을 획득. 가운데 정용래 유성구청장과 직원들

책 한 권이 일터의 공기를 바꾼다. 대전시 유성구가 '2025 대한민국 독서경영 우수 직장'으로 2년 연속 인증을 받으며, 공직사회 안에 '읽는 행정'의 새로운 모델을 세웠다. 

대전의 기초자치단체 중 이 같은 성과를 이룬 곳은 유성구가 처음이다. 인증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제도다. 책을 많이 읽는 데 그치지 않고, 독서를 통해 사고의 폭을 넓히고 소통하며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가는 조직에 부여된다.

유성구는 '독서로 여는 지식공유 행정'을 비전으로 내걸고, 지난해부터 직원 스스로 참여하는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확산시켜왔다. 올해 진행된 '내 인생 한 권의 책' 릴레이 캠페인은 한 명의 추천으로 시작된 책이 또 다른 이의 손으로 이어지며 사무실 안을 '대화의 서가'로 바꿔놓았다. 모두 23권의 책이 행정게시판을 통해 소개됐고, 그 책을 읽은 동료들이 댓글로 생각을 나누며 자연스럽게 '소통의 문장'을 이어갔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독서를 가까이 두기 위한 실험도 계속됐다. 8개 공공도서관의 책을 직접 사무실로 배송하는 '북켓배송(Booket Delivery)' 서비스는 독서의 장벽을 없앴다. 올해만 352명의 직원이 658권의 책을 받아보며, 일터에서 손쉽게 책을 접하는 새로운 문화가 자리 잡았다.

유성구는 또 직원휴게실을 '작은도서관'으로 꾸며, 직원 기부로 책을 늘리고 자율적인 독서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퇴근 전 잠깐의 독서시간은 자연스레 '생각을 정리하는 쉼표'가 됐다.

정용래 유성구청장은 "유성의 독서경영은 제도나 캠페인에 머무르지 않고, 배우며 성장하는 공직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지역의 도서관·학교·기업이 함께 참여해 시민사회로 확산되는 책 읽는 도시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유성구의 독서경영 컨설팅을 받은 관평도서관과 전민복합문화센터 등 2곳의 민간위탁 도서관도 올해 처음으로 '독서경영 우수 직장' 인증을 받으며, 공공과 민간이 함께 이끄는 '지식공동체 유성'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대전=이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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