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며] 정연길 행정학 박사·전 충북보건과학대학교 교수
필자가 중학교 1학년때 박정희 대통령의 아내이자 퍼스트 레이디인 육영수 여사를 가까운 거리에서 보았다. 1969년 제11회 충북예술제의 축사를 하기 위해 연단으로 올라가면서 환하게 웃는 온화하고 단아한 모습, 다정다감하게 밝게 인사하는 모습에서 한 나라의 어머니로 상징되는 국모(國母)는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
국민적 어머니상(像)으로 알려진 육영수 여사에 대한 평가는 국민에 대한 따뜻함과 품격을 더한 내조자로 기억되지만, 일부에서는 박대통령의 독재정권을 미화하는 상징으로 소비되었다는 비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영수 여사는 이상적인 영부인상의 원형으로 오랫동안 회자되어 왔으며, 조용하지만 영향력 있는 내조의 역할을 했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 부인들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퍼스트 레이디로서 내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고, 여성인권, 사회복지, 봉사활동 등 대통령의 배우자로서 공적 활동을 전개한 사례는 긍정적인 평가라 할 수 있다. 국민의 어머니이자 퍼스트 레이디 활동도 시대의 변화와 함께 확대되면서 대통령의 보조자에서 동반자내지는 자체 활동가로 역할의 전환도 모색 되어야 하겠지만, 그래도 한 국가의 대통령 배우자는 이성과 품성 면에서 일반사람과는 다름이 있어야 한다.
올 봄에 고향 친구가 고희(古稀)맞이로 보내온 동영상의 인사말이 꽤 인상적이었다. 그 친구는 지금까지 이 만큼 잘 살게 해 준 감사함과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서 가까운 가족들을 한 한정식 집으로 초대했다고 한다. 친구는 결혼 이후 가장 모범적인 가정을 꾸려가면서 그 누구보다 잘 살고 있는 행복의 비결이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올해 105세인 김형석 교수가 인생의 황금기는 60대에서 70대 중반이라며, 친구도 평생 살아온 인생 중에서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기(時期)를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쁜 여자를 만나면 3년이 행복하고, 착한 여자를 만나면 30년이 행복하고, 지혜로운 여자를 만나면 3대가 행복해 질 수 있다고 하면서, 지금까지 나를 있게 한 사람은 지혜로운 여자인 아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영부인이었던 김정숙 여사의 옷 액세서리 구입 및 대여 자금 출처에 대한 논란, 김건희 여사의 불법 정치적 거래 및 정치 브로커 등에 대한 의혹, 최근에는 영부인인 김혜경 여사의 생가복원 추진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이 의혹과 논란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퍼스트 레이디와 관련된 것이 공론화 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가 그리는 대한민국의 어머니상(像)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한 가정에 지혜로운 여자가 들어오면 3대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한국의 퍼스트 레이디는 지혜로운 여성이어야 하며, 지혜로운 여성이 대통령의 부인이 된다면 국민은 보다 더 행복해 질 것이다. 지혜로운 여자에 대해서 AI에게 질문을 했다. 지혜로운 여자는 외적인 아름다움보다 내면의 깊이를 통해 빛나며, 자신과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힘을 가진 존재라는 그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