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충남·대전·세종 등 충청권 4개 시·도와 국민의힘 중앙당은 지난 5일 대전시청에서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를 열었다. 

내년도 국비 확보와 현안 해결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실상은 지역이 처한 절박함을 토로하는 현장이었다. 

각 지자체가 내놓은 건의는 단순한 예산 요구가 아니라, 지역의 생존과 직결된 생존 과제들이다.

충북은 청주국제공항 민간전용 활주로 건설과 교통망 확충, 충주댐 수열에너지 특화단지 조성, AI 바이오 거점 조성 등 미래 성장 기반을 다지는 사업을 건의했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충북은 출생아 수 증가율, 고용률, 수출 증가율 등 주요 지표에서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다"며 실질적 지원을 요청했다. 충북은 그간 '일하는 밥퍼' 등 혁신 정책으로 지방행정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 왔다. 

충남은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공공기관 조속 이전, 국립 치의학연구원 설립 등을 요구했다. 

이 사업들은 지역뿐만 아니라 국가 미래를 위한 주요 핵심사업이다.

탈석탄 전환의 부담을 지역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현실에서, 국회와 정부가 이를 외면한다면 성공적인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다.

대전시는 혁신도시 공공기관 우선 이전과 대전교도소 이전, K-콘텐츠 클러스터 조성 등 현안을 내놨다. 

과학·방산 중심도시 대전이 미래 콘텐츠 산업 중심지로 발돋움하려면 중앙의 결단이 절실하다.
세종시는 세종지방법원 설계 예산 반영과 함께 보통교부세 산정 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세종은 광역·기초 행정이 혼합된 단층제 구조임에도, 광역단체분 교부세만 지원받고 있다. 

행정수도의 위상에 걸맞은 재정구조 개선 없이는 진정한 행정수도 완성은 요원한 것이다.

충청은 수도권과 지방의 간극을 메우는 중심축이다. 

이 지역이 흔들리면 국가의 균형발전 구상도 설 자리를 잃는다. 

정부와 국회는 충청권의 호소를 또 하나의 지역 요구로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균형발전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수도권 예산을 늘리고 지방 몫을 깎는다면 그야말로 모순이다.

이제는 정치적 약속이 아니라 예산으로,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지방을 대해야 한다. 

충청권의 절박한 목소리가 중앙의 결단을 이끌어 내지 못한다면, 균형발전의 미래도 더는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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