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며] 한현우 보건학 박사 ·전 이화여자대학교 외래교수
고혈압은 전 세계적으로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위험 인자 중 하나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침묵의 살인자'라 불리는 이 질환은, 특별한 증상 없이 진행되다가 심근경색, 뇌졸중, 신부전과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우리 삶을 덮칠 수 있다. 2024년 현재 전 세계 30~79세 인구 14억 명이 고혈압을 앓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1,300만 명으로 전체 20세 이상 인구의 30%에 해당한다.
고혈압은 크게 본태성 고혈압과 이차성 고혈압으로 나뉘며, 전자가 전체 환자의 90~95%를 차지한다. 본태성 고혈압은 명확한 원인이 없이 나이, 유전, 비만, 식습관, 스트레스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반면 이차성 고혈압은 신장질환, 부신질환, 감상선 질환, 임신, 약물 등 특정 질환에 의해 발생한다. 정상혈압은 수축기 120/80mmHg이며 고혈압은 140/90mmHg이상을 말한다.
고혈압을 유발하는 요인은 노화, 유전 등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생활 습관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존재한다. 주목해야 할 두 가지 핵심 요소는 나트륨 섭취와 비만 관리이다. 이 두 가지 요소를 개선하는 것은 고혈압 예방 및 관리의 가장 기초적이고 효과적인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첫째 짠맛의 유혹을 끊어라. 한국인의 식단은 국, 찌개, 김치, 젓갈 등 염장 문화의 영향을 받아 나트륨 섭취량이 WHO 권장량(하루 소금 5g, 나트륨 2,000mg 미만)을 크게 초과하고 있다.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우리 몸에 다양한 방식으로 혈압을 높인다.
나트륨이 체내에 과잉 축적되면 삼투압 현상으로 인해 세포외액의 양이 증가하고, 이는 결국 혈관 내 용량을 늘려 혈압을 상승시킨다. 또한, 나트륨은 혈관 벽을 딱딱하게 만들고 혈관의 저항성을 높여 혈압 조절 기능을 약화시킨다.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것은 고혈압 약물만큼이나 강력한 혈압 강하 효과를 보인다. 하루 소금 섭취량을 5g 미만으로 줄이는 것만으로도 수축기 혈압이 2∼8mmHg가량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실천방안으로 ① 찌개나 국물 대신 건더기 위주로 식사한다. ② 조미료로 소금 대신 마늘, 생강, 후추, 식초 등 천연 향신료를 사용한다. ③ 가공식품과 인스턴트 식품은 나트륨의 보고이므로, 섭취량을 제한한다. ④ 칼륨은 체내의 나트륨 배출을 돕는 효과가 있다. 바나나, 시금치, 감자, 저지방 우유 등 칼륨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을 꾸준히 섭취한다.
둘째 비만의 굴레를 벗어라. 짠 음식만큼이나 고혈압의 위험을 높이는 것이 과체중과 비만이다. 체중이 증가하면 심장은 늘어난 체내 지방 조직에 더 많은 혈액을 공급해야 하므로 심박출량이 증가하고, 혈관에 가해지는 압력이 높아져 고혈압이 발생할 위험이 2∼6배 증가한다.
체중관리는 효율이 높은 고혈압 관리법이다. 평균적으로 체중 1kg 감량은 수축기 혈압을 약 1mmHg 낮추는 효과가 있다. 단순히 약물에 의존하는 것보다 체중 감량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혈압 조절과 심혈관 건강 개선에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실천 방안으로 ① 적정 체중 목표 설정이다. 적정 BMI(체중/키2)는 18.5~22.9이다. ②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이다. 주 5일 이상, 하루 최소 30분 이상 빠르게 걷기, 조깅, 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실천한다. ③ 과일, 채소, 통곡물, 저지방 단백질 위주로 구성된 고혈압 예방(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 DASH) 식단을 통해 체중 감량과 혈압 강하를 동시에 추구한다. ④ 식사 속도 조절이다. 하루 세끼를 거르지 않고 천천히 먹는 습관은 포만감을 높여 과식을 방지하고 체중 감량에 도움을 준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하고 의사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혈압이 정상보다 약간 높은 고혈압 전 단계에 해당한다면, 생활습관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식단이나 '무리한' 운동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작은 변화를 만드는 것이다. 국에 넣는 소금의 양을 1/3로 줄이고, 식후 30분이라도 걷기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고혈압 예방의 지름길이다.
나트륨과 비만이라는 두 가지 적과의 싸움에서 승리하여,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삶을 되찾아야 한다. 건강을 위해, 덜 짜게 먹고 식후 30분 걷기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