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의 현실을 직면한 행정
제도 틈새를 정교하게 겨냥한 협력
주민의 삶을 되살리는 현실 개입
대전시 중구가 건드린 것은 ‘절차’가 아니라, 돌이켜보면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던 현실의 빈틈이었다.
국민연금 납부가 끊긴 주민들이 어떤 위험에 내몰려 있는지, 그리고 제도가 왜 그들을 붙잡지 못했는지를 파고든 결과, 오랫동안 가려져 있던 공백이 실체를 드러냈다.
'2025 참좋은 지방자치 정책대회'에서 중구가 최우수상을 수상한 배경에는 이 숨겨진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정책 실험이 있었다.
전국 48개 지자체가 무대에 올랐지만, 중구의 발표는 그중에서도 가장 뼈아픈 지점을 건드렸다.
경제적 압박으로 연금 납부를 멈춘 주민들은 제도 밖에서 노후 불안, 의료 접근 문제, 생계 리스크 등 중첩된 위험을 떠안고 있었다. 그러나 현행 제도에서는 지자체가 직접 지원할 근거가 없어 사실상 아무 대응도 할 수 없는 구조였다. 행정이 주민의 문제를 알고도 손대지 못한 기간이 길었던 셈이다.
중구는 이 제도적 암초를 정면으로 해체했다. 국민연금공단, 하나은행, 중구가 각자의 기능을 맞물리게 해 새로운 협력 구조를 설계한 것이다.
연금공단은 납부예외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하나은행은 대상자 전용 금융상품을 제작했다. 여기에 중구가 금융 부담 일부를 보조해 실제 납부 재개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어냈다. 직접 지원이 어려운 조건에서도 행정·공공·금융이 연결된 지원망을 구축해 제도의 빈틈을 메워낸 셈이다.
중구가 내놓은 정책은 표면적인 처방이 아니라, 그동안 멈춰 있던 사각지대의 흐름을 실제로 바꾸어 낸 적극적 개입이었다.
연금 납부를 끊고 다시 되돌아오지 못하던 주민들의 목소리를 면밀히 반영해, 정보 접근성 부족·금융 장벽·경제적 부담을 동시에 다루는 구조를 완성했다. 이 모델은 다른 지역에서도 즉시 응용 가능한 정책 설계로 평가되며, 국가 제도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까지 연결될 여지를 열었다.
김제선 중구청장은 "현장에서 마주한 문제를 절대로 흘려보내지 않겠다는 의지로 만든 정책"이라며 "주민의 삶을 지키는 행정 개입을 계속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이한영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