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광주·국민·신한 등 잇단 금리 인상…저축은행은 PF 부실 여파로 ‘눈치보기’
시중은행들이 최근 예금 금리를 잇달아 올리고 있다. 시장금리 상승과 증시 호황으로 인한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전북은행은 ‘JB 1·2·3 정기예금’의 최고금리를 연 2.8%에서 2.85%로, 광주은행은 ‘굿스타트예금’을 연 2.68%에서 2.8%로 인상했다.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도 0.05~0.15%p 금리를 인상하며 최고 연 2.7~2.75% 수준을 제시했다.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연 2.75%)와 카카오뱅크(연 2.7%) 역시 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이로써 1금융권의 예금 최고금리는 평균 연 2.64%로, 저축은행 평균 예금금리(2.67%)와 불과 0.03%p 차이에 불과하다.
은행권의 금리 인상은 최근 석 달간 상승세를 보인 시장금리를 반영한 것이다.
지난 10일 기준 AAA등급 1년 만기 은행채 금리는 연 2.798%로, 8월 중순(2.499%)보다 약 0.3%p 상승했다.
부동산 경기 위축과 환율 상승세로 인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낮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은 최근 석 달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반면 저축은행들은 예금 금리를 적극적으로 올리지 못하고 있다. 현재 최고 예금금리는 연 2.9%로, OK저축은행과 조흥저축은행 단 두 곳에서만 적용 중이다.
연 2.8%대 금리를 제시하는 곳은 모아·스마트저축은행 등 19곳에 불과하다.
저축은행 업계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확대 등 리스크 요인으로 인해 수신 금리를 크게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예금 금리를 인상할 경우 더 높은 위험을 감수해야 해 자산 운용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예금 금리 인상 배경에는 증시로의 자금 이동(머니무브) 현상도 자리한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9월 말 648조원에서 10월 10일 기준 619조 원으로 한 달 새 29조원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증시 투자자 예탁금은 13조원 이상 증가(85조7000억원)했으며, 신용거래융자 잔액도 2조7000억원 확대됐다.
은행권의 신용대출 잔액 역시 4분기 들어 1조9800억원 증가해 ‘빚투(빚내 투자)’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금리 상승 여파로 대출 금리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권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 지수는 9월 2.52%로 전월 대비 0.03%p 상승, 1년 만에 반등했다.
국민은행은 즉시 이를 반영해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연 3.88~5.28%로 인상했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 역시 시장금리 상승 폭을 반영하며 지속적인 인상세를 보이고 있어, 예금 금리 인상이 이자마진 축소를 상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시로의 자금 유출을 완화하고 예금 고객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금리 인상”이라며, “시장금리와 경기 흐름에 따라 연말까지 은행 간 금리 경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재옥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