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관리 허점 속출… 시민 불편 방치 지적
공원·수목·가로수 등 전반적 재점검 촉구
"보고서보다 발로 뛰는 행정으로 바꿔야"

대전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는 12일 열린 녹지농생명국 행정사무감사에서 대전시의 녹지 행정 전반을 해부하듯 짚었다.

위원들은 '도시의 숲은 늘고 있지만 관리의 손길은 닿지 않는다'며, 현실을 외면한 탁상행정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한영 의원(국민의힘, 서구6)은 노루벌공원 조성사업의 지연을 두고 "시민은 이미 마음속에 공원을 완성했는데 행정은 아직 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시민 신뢰도 함께 무너진다"며 추진 체계의 재정비를 요청했다. 한밭수목원 황톳길 문제를 언급할 때는 "비만 내리면 길이 사라지고, 시민의 신발만 진흙에 잠긴다"고 표현하며 실질적 개선을 요구했다. 또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함께할 수 있는 공공 장례시설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도시의 기본 복지"라며, 생활밀착형 인프라 확충 필요성을 언급했다. 도심 가로수 관리와 관련해선 "가지치기가 아니라 생태 관리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계절별 맞춤 관리 방안 수립을 제안했다.

박종선 의원(무소속, 유성1)은 "공원이 완성돼도 화장실 문이 닫혀 있다면 그것은 미완의 행정"이라며, 더퍼리공원 시설 개방 지연을 질책했다. 그는 황톳길의 배수 문제도 언급하며 "겉만 단장하는 관리로는 시민 만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녹지기금이 고갈 위기에 놓인 점을 두고 "예산이 아닌 철학이 부족한 행정"이라며, 재원 구조 전면 개편을 주문했다. 박 의원은 "숲은 가꾸는 사람의 의식 수준만큼 자란다"며, 탑골공원 산책로 정비와 하늘공원 주차장 개선, 도시숲 확충을 지속적 과제로 제시했다.

이재경 의원(국민의힘, 서구3)은 "수목이 늙어가면 도시는 숨이 막힌다"며 노령 수목의 관리체계 부재를 우려했다. 그는 "탄소흡수량이 줄고 있지만 벌목이나 재조림 계획은 아직도 감에 의존한다"고 비판했다.
갑천생태호수공원 관리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해선 "방문객이 수만 명인데 청소 인력은 몇 명뿐이다. 이것이 시민 만족도 조사에 드러나지 않는 그림자"라고 말했다. 이어 "장태산자연휴양림이 관광 명소로 이름을 올렸다면, 이제는 편의시설로 평가받을 차례"라며 기반 확충을 촉구했다.

황경아 의원(국민의힘, 비례)은 "무장애공원은 장애인만의 공간이 아니라 모두의 쉼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 손을 잡고 나온 부모, 휠체어를 미는 어르신, 유모차를 끄는 보호자 모두가 같은 길을 걸을 수 있어야 진짜 공원"이라며, 공공시설의 설계 철학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재난 상황에서의 대피 지원 체계를 언급하며 "방송은 멈추고, 안내문은 낡았다. 위급 상황에서 행정이 제일 늦게 움직인다"고 비판했다. 황 의원은 공원 내 화장실, 놀이시설, 산책로의 보편적 접근성을 확보하는 것이 도시의 품격이라고 덧붙였다.

이효성 위원장(국민의힘, 대덕구1)은 "오정동 농수산물시장 주변의 악취 민원은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라며, 시민이 납득할 구체적 이행 일정 공개를 요구했다. 그는 트램 공사에 따른 가로수 이식 문제를 두고 "나무를 옮기는 일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이후의 생존율"이라며, 사후관리 체계의 부실함을 지적했다. 또 "걷는 공원에서 머무는 공원으로, 관람형에서 참여형으로 바꾸는 것이 갑천생태호수공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제시했다.

이번 감사의 초점은 종이 위 행정이 아니라, 시민이 직접 체감하는 도시의 공간 운영에 맞춰졌다. 의원들은 "숲이 늘었다는 통계보다, 시민이 웃는 풍경 하나가 더 중요하다"며 현장 중심 행정의 회복을 촉구했다. 결국 대전시의 녹지 행정이 숫자 중심의 관리에서 시민 중심의 돌봄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녹지는 존재해도 생명은 사라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전=이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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