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중심 구조, 공정성 논란 확산
전문성 결여로 심의 신뢰 무너져
교육청, 회복 대신 절차에 갇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가 '교육의 이름'을 내세우며 제도만 남은 껍데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대전시의회 김민숙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12일 열린 291회 정례회 교육위원회 회의에서 "학폭위는 징계의 기구가 아니라 학생의 회복을 위한 제도여야 한다"고 일침을 날렸다.

김 의원은 이날 동부·서부교육지원청을 대상으로 한 행정사무감사에서 학폭위의 구조적 문제를 하나씩 짚었다. 그는 "현직 교장이 위원으로 과도하게 참여하고 있다"며 "학교폭력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교사 중심의 판단이 개입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원 연임 제한이 없어 일부 위원이 장기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특정 시각이 제도 안에서 고착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운동부 폭력 사건의 심의에 관계 학교 인사가 포함되는 사례가 있다"며 "공정성은 기본이다. 기피와 제척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폭위의 전문성 결여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의원은 "심의위원 상당수가 아동 심리나 학생 상담, 법률 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중대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며 "현장 경험이 아닌 추측과 감정에 의존한 판단은 2차 피해를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심의 건수는 늘어나는데 담당 인력은 그대로다. 부실 심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학교 현장 교장이 연달아 회의에 참석하면서 본연의 교육 업무까지 흔들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 의원은 "교육청은 더 이상 절차를 이유로 아이들의 권리를 지체해선 안 된다"며 "비위자 배제, 위원 연임 제한, 전문가 중심의 구성으로 학폭위의 신뢰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감사는 행정 절차의 점검이 아니라, 교육의 균열을 드러낸 현미경이었다. 제도는 남았지만 방향을 잃은 학교폭력 대응 체계, 그 무게를 되돌아보라는 경고였다. /대전=이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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