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기록의 붕괴, 행정이 답해야 할 시간
37년 도시 기억 다시 세우라는 정치적 압박
정체성 공백 메울 공간 구축 요구
대전시 서구의회 박용준 의원이 13일 본회의에서 서구 행정에 뚜렷한 경고를 날렸다.
"서구의 37년이 흔적도 없이 흩어지고 있다. 행정은 무엇을 남겼는가." 발언은 시작부터 현 구조의 한계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박 의원은 서구가 지난 수십 년 동안 대전의 행정·문화·상업 중심축 역할을 하며 도시 성장을 견인해왔지만, 그 과정에 대한 기록과 시민 삶의 서사가 체계적으로 축적되지 못한 현실을 문제의 중심에 놓았다. 축적이 누락된 지역은 정체성을 잃고, 정체성을 잃은 도시는 방향을 잃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현재의 변화를 기록하지 못하면 미래 세대에게 줄 수 있는 자산도 없다"며, 서구가 과거·현재·미래를 잇는 구조를 행정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도시 개발의 궤적, 공동체의 변화, 주민 생활의 흐름까지 묶어낼 전문적 기록·전시 공간 조성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박 의원은 타 지역 사례를 제시하며 서구 행정의 대응 속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충남 천안과 경북 봉화가 지역사의 축적과 전시를 통해 지역문화 기반을 확장하고 주민 참여를 실질적으로 끌어내고 있는데, 서구는 여전히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서구의 37년은 시민의 손으로 일군 역사이며, 이 기록을 정리하지 않는다면 세대 간 공백이 커질 뿐"이라며, 역사문화 공간 조성은 선택이 아니라 도시 전략의 근간이라고 못 박았다.
박 의원의 이번 발언은 가벼운 의견 표명이 아니다. 서구 행정이 지역의 정체성을 제대로 세울 의지가 있는지 냉정하게 묻는 정치적 압박에 가깝다. 그는 "이제는 서구청이 움직여야 한다"며 책임을 분명히 행정에 돌렸다.
이번 5분 발언은 서구의 미래 전략을 재정의하라는 압박이자, 기록 부재를 방치하는 행정을 향한 날선 경고로 읽힌다. /대전=이한영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