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습만 갖춘 '장애인 화장실' 지적
기본 접근권부터 다시 점검 요구
이동권 제한하는 현장 문제 그대로 방치
기존 공공공간의 전면 재점검 시급
대전시 서구의회 최병순 의원이 13일 본회의에서 공원 편의시설의 실태를 사실상 정면으로 폭로했다.
그는 "장애인 화장실이라고 적혀 있지만, 실제로는 들어가는 것조차 어렵다"는 문장으로 발언을 시작하며 서구청을 향한 문제 제기의 강도를 한층 높였다.
최 의원은 서구 곳곳의 공원에서 출입문이 손으로 밀고 당겨야만 열리는 구조, 턱이 남아 있는 출입구, 불규칙한 보행로, 과도한 경사, 연속되지 않는 점자블록 등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명목상 '장애인 화장실', '장애인 동선'이라 불리지만 실제 환경은 장애인의 이동을 가로막는 요소로 가득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 상황은 시설의 작은 결함 수준이 아니라, 장애인의 이동과 일상 접근권 전반을 가로막는 구조적 문제"라며, 행정이 이 사안을 오랫동안 외면해 온 현실을 꼬집었다.
최 의원은 서구가 추진 중인 '무장애길 조성'이나 '베리어프리 인증제' 등 정책들이 있지만, 이는 새로 만드는 시설 중심으로 편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진짜 문제는 이미 수년간 사용 중인 공공시설들이 여전히 장애인의 이동을 막는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라는 것이다.
그는 대안도 분명하게 제시했다. 서구 공원 전역에서 장애인 화장실의 이용 실태를 전수조사해 실제 이용 가능 여부를 기준으로 다시 점검해야 하며, 필요한 구조 개선 사업을 예산에 반영하는 과정 역시 서구청이 직접 책임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또 장애인이 이용하는 시설은 화장실만이 아니라 공공기관 전체로 확장되는 만큼, 부서 간 업무 구분을 이유로 점검을 미루는 관행을 없애고, 서구청 전체가 하나의 체계로 움직여야 한다고 압박했다.
최병순 의원은 발언을 마무리하며 이렇게 말했다. "작은 수정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세상을 이동하는 자유가 된다. 공원은 모두의 공간이다. 서구가 진정한 포용을 이야기한다면, 누구나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부터 마련해야 한다."
이번 발언은 서구청이 그동안 후순위로 밀어온 '기존 시설의 접근성 문제'를 행정 최전선으로 끌어올리라는 정치적 요구로 보인다. /대전=이한영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