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위험 대비 미흡한 행정 구조
기술 변화 외면한 안전 정책 공백
초기 대응 체계 재설계 시급
전기차가 급속히 보급되는 도시 환경에서, 대전의 화재 대응 체계가 기술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서구의회에서 제기됐다.
대전시 서구의회 최미자 의원은 13일 본회의에서 "대전의 안전 시스템은 전기차 시대의 위험 구조를 읽지 못하고 있다"며 행정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전기차 화재의 핵심 위험을 기술적으로 설명했다. 배터리 셀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폭주(thermal runaway)는 수백 도의 고열이 연속 분출되는 현상으로, 기존 소화 방식은 접근조차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이 유형의 화재는 대응이 지연될수록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경고했다.
국내 사례도 언급됐다. 인천 청라 지하주차장 화재는 짧은 시간 안에 열과 연기가 확산돼 구조 활동이 크게 제한됐고, 포항 전기차 택시 화재는 잔열이 오랫동안 지속돼 주변 시설 피해가 늘어났다. 반면 서울 강남구, 대구 남구, 천안, 경주 등 여러 지자체는 이미 대응 장비와 체계를 정비한 상태다.
최 의원이 제시한 현실적 대안은 질식소화포 도입이었다. 고강도 불연성 섬유로 차량 전체를 감싸 산소 공급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물 분사로 인한 2차 위험을 줄이고 열폭주 확산을 신속하게 억제할 수 있어 국내 소방기관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최 의원은 대전시에 구체적 행동을 요구했다. 관공서와 공영주차장의 전기차 충전구역에 질식소화포를 우선 배치하고, 소방본부와 협력해 전기차 화재 통제 훈련을 정례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위험도가 높은 민간 주차장으로 장비 도입 범위를 넓히고, 실제 상황에 적용 가능한 시민 안전교육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의원은 발언을 마무리하며 "전기차 시대의 안전은 선택 항목이 아니라 시스템"이라며 "대전이 더 지체하면 시민의 생활권이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다. 서구가 먼저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장비 도입을 요청한 수준이 아니라, 대전의 안전 행정이 기술 변화 흐름을 읽지 못한 채 정체돼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 강한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전=이한영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