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원도심 성안길은 오랜 침체 속에서 활력을 회복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놓여 있다. 상권 공동화가 가속화되고, 젊은 층의 발길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단순한 시설 정비만으로는 변화를 이끌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역의 문화적 역량을 집결시키고, 시민과 관광객이 일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문화 중심지를 만드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충북문화재단의 충청북도인재평생교육원(이하 인평원) 건물 입주는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평가된다.

이미 관광사업본부가 먼저 입주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인평원 건물이 ‘활동 공간’으로 재정착하고 있다. AI 뷰티기기를 활용한 체험 전시, 관광 안내, 지역 상품 소개 등은 시민과 관광객을 자연스럽게 원도심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공공기관의 이전이 단순한 공간 이동이 아니라,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는 문화적 투자임을 보여준다.

특히 문화재단은 인평원과의 연계성이 매우 크다. 평생교육원의 예술인 전문강사 파견, 지역대학 혁신사업인 라이즈(RISE)와의 협력, 청년·예술인 인재 양성 프로그램 등 여러 업무가 한 공간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지금처럼 부서가 분리된 상황에서는 협업이 구조적으로 제약될 수밖에 없다. 모든 핵심본부-경영기획본부, 문화예술본부, 관광사업본부-가 한곳에 모여야만 재단의 운영 효율성과 창의적 시너지가 극대화된다.

재단의 전면 이전은 단순한 행정적 조정이 아니다. 이는 원도심 활성화라는 공공적 목적을 실현하고, 지역문화 생태계의 미래를 설계하는 중대한 결정이다. 문화·예술·교육·관광이 한 지붕 아래에서 움직일 때 지역사회는 더욱 밀도 높은 문화서비스를 누릴 수 있으며, 이는 곧 인구 유입과 상권 회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성안길은 청주의 역사와 추억이 켜켜이 쌓인 공간이다. 이곳의 재생은 미래 세대를 위한 도시 전략이며, 지역 경쟁력 확보의 관건이기도 하다. 충북문화재단이 인평원으로 온전히 이전해 문화적 허브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단이 한 건물 안에서 기획·운영·교육·체험을 일원화한다면, 성안길은 단순한 상업 거리에서 벗어나 문화와 관광이 살아 숨 쉬는 매력적인 도시공간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문화재단은 투명한 비용 구조와 구체적인 성과 계획을 제시함으로써 지역사회와의 신뢰를 더욱 단단히 다질 필요가 있다. 이는 재단 이전의 필요성을 넘어, 공공기관으로서 책임 있는 운영을 보여주는 기본이기도 하다. 지역 발전은 결국 주민과 기관이 함께 만드는 것이다. 충북의 문화적 미래를 위한 투자이자, 원도심의 재도약을 위한 첫걸음은 충북문화재단의 인평원 건물 전면 이전에서 시작될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