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겉모습 청경채 같아" 주장…종묘 회사 "책임 없다" 일관
충북 괴산군 감물 지역의 한 배추 재배 농가에서 배추 종자를 심었는데, 수확기를 앞두고 밭의 상당량이 배추가 아닌 다른 잎채소로 자라난 사실이 드러나 농가가 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농가에서는 외형상 청경채와 비슷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확한 품종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문제의 농가 A 씨는 "배추밭의 상당량이 배추가 아니라 다른 채소로 자라났다"며 "배추로 알고 심었는데 엉뚱한 작물이 나온 것"이라고 호소했다.
A 씨에 따르면 해당 종자는 배추 종자로 표기된 제품으로, 포장지 어디에도 다른 채소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는 "처음 모를 키울 때는 배추인지 다른 잎채소인지 구분이 전혀 안 된다"며 "잎이 손바닥만큼, 15cm 이상 커져야 비로소 배추와 다른 모양이 확연히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현재 밭에 자란 작물은 일반적인 배추와는 다른 생육 형태를 보이고 있으며, 농가 측은 "겉모습이 청경채와 흡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품종 감정 등 공식적인 조사는 이뤄지지 않아, 청경채인지 여부는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를 알아차렸을 때 이미 상당한 노동력과 비용이 투입된 뒤라는 점이다.
A 씨는 "다른 채소가 자란 줄 알고 뽑아내고 나면 다시 종자를 사서 또 심어야 한다"며 "종자를 그 종자대로 계속 쓸 수밖에 없다 보니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고 토로했다.
A 씨 등 농가들은 문제가 드러난 뒤 수차례에 걸쳐 종자를 판매한 종묘 회사에 항의했지만, 회사 측은 사실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한다.A 씨는 "종묘 회사에 계속 항의했는데 '나몰라라' 하고 다 책임을 피한다"며 "잡초 씨가 섞였거나 불량 씨앗을 잘못 쓴 것 아니냐는 식으로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또 회사 측이 "다른 농가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지만 그냥 넘어갔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주장도 나오면서, 유사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농가들은 "개별 농민이 문제를 제기해도 업체가 버티면 끝이라는 식으로 흘러가선 안 된다"며 "종자 관리와 사후 책임 체계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배추 대신 배추와 다른 형태의 채소가 자라나면서 농가는 김장철 출하를 목표로 세워둔 계획이 사실상 무너진 상태다.
인건비와 자재비, 비료·농약비 등은 그대로 투입됐지만 기대했던 수익을 얻기 어려운 상황으로, 피해 보전과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괴산=곽승영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