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눈] 김재국 김재국 문학평론가·에코 색소폰 대표

AI, 즉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은 우리 삶을 혁신적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데이터 분석과 처리 능력에서 시작된 이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간다. 특히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하는 능력으로 인간이 오랜 시간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단숨에 분석·처리하고 있다.

음악교육 역시 예외가 아니다. AI는 작곡과 편곡, 음향 보정뿐 아니라 연주 분석까지 인간의 손을 거치지 않고도 완성도가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예전에는 교수자의 귀가 유일한 판단 기준이었다면, 이제 AI는 학습자의 호흡, 음정, 리듬 등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시각화한다. 이에 학습자는 자신의 연주를 데이터로 확인하고 오차를 파악하여 개선할 수 있다. 느낌에 의존하던 연습이 수치화된 분석으로 바뀌면서 연습의 효율성과 정확성이 높아진 것이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음악교육의 중심은 여전히 사람이라 하겠다.

먼저, AI가 음정과 박자 등 기술적 요소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는 있지만, 학습자의 감정과 표현력을 완전히 이해하진 못한다. 음악은 데이터보다 사람의 마음이 더 중요한 언어이기 때문이다. 학습자 내면의 감정을 발견하고 표현하도록 돕는 일은 교수자의 몫이다. AI가 수치로 제시한 정보를 예술적 감성으로 재해석하는 역할은 교수자에게 있다.

다음으로, AI의 피드백은 객관적이지만 차갑다. 반면, 교수자는 학습자의 심리를 이해하고 동기를 유발하는 따뜻한 멘토다. 학습자가 음악을 포기하지 않도록 곁에서 응원하고 신뢰를 주는 일은 어떤 기술로도 대체할 수 없는 교육의 본질이다.

또, 교수자는 AI 시대의 교육 큐레이터로서 새로운 역할을 맡아야 한다. 단순히 악기를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AI가 제공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자의 수준과 성향에 맞는 맞춤형 학습 환경을 설계할 수 있다. AI가 기술적 정보를 제공한다면, 교수자는 그 정보를 교육적으로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끝으로, AI 시대일수록 인간적 가치가 더욱 중요하다. 음악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삶을 비추는 거울이다. 교수자는 음악을 통해 학습자가 자신을 성찰하고, 예술이 주는 감동과 위로를 경험하게 하는 안내자여야 한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성장시키는 일은 결국 사람이 담당하게 된다.

AI 시대의 음악교육은 기술과 인간의 조화 속에서 완성된다. AI가 학습의 효율성을 높인다면, 교수자는 그 안에 감성과 의미를 불어넣는다. 그리고 학습자는 이 둘을 통해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완성해 간다. 앞으로 음악교육은 더욱 개인화되고 창의적으로 발전하겠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AI가 아니라 사람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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