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네트워크가 만든 협력의 장
서로의 삶을 잇는 겨울의 손길
작은 마당에 피어난 연대의 숨결
나눔이 스스로를 밝히는 따뜻한 시간

▲ 2025 겨울을 앞두고 경북 경산에 모인 탈북민 봉사단체 구성원들이 직접 준비한 김장 상자를 정리하며 나눔의 마음을 함께 전하는 모습
▲ 2025 겨울을 앞두고 경북 경산에 모인 탈북민 봉사단체 구성원들이 직접 준비한 김장 상자를 정리하며 나눔의 마음을 함께 전하는 모습

초겨울의 찬 기운이 스며든 경북 경산에서, 따뜻한 손길이 모여 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탈북민 봉사단체 구성원들이 한날한시에 마음을 보태며 겨울 준비를 함께한 것이다. 이들의 손끝에서 버무려진 김장은 삶을 지탱하는 음식이자,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약속이었다.

지난 15일, 전국탈북민봉사단체연합회 소속 단체장과 임원 50여 명이 경북탈북민연합회사무실 겸 쉼터에 모여 김장 120상자(1200kg)를 담갔다. 완성된 김장은 전국의 어려움 속에 놓인 탈북민 가정과 취약계층에게 전해질 예정이다. 이날 완성된 김장은 한 끼를 위한 배추가 아니라, 공동체를 잇는 정성과 연대의 상징으로 자리했다.

전국탈북민봉사단체연합회는 지난 2024년 공식 출범한 이후 지역별 정착 경험을 모으고, 봉사 활동의 폭을 넓혀왔다. 이번 경산 나눔 역시 그 연장선으로, 서로의 여정을 함께 짚어보는 의미 깊은 시간이었다.

▲ 김장나눔 행사 현장에서 무대 왼쪽에 선 이영철 전국탈북민봉사단체연합회 상임대표가 참여자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있다
▲ 김장나눔 행사 현장에서 무대 왼쪽에 선 이영철 전국탈북민봉사단체연합회 상임대표가 참여자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있다

이영철 상임대표는 "지나온 세월을 버텨온 힘을 이제는 다른 이의 삶을 밝히는 등불로 바꾸고자 한다"며 "나눔의 흐름이 이어질수록 우리 공동체도 더 단단해진다"고 말했다.

행사장에는 경북탈북민연합회(윤광남 대표) , (사)남북공동체협의회(고미화 대표), 탈북민 울산자유로타리클럽(석주은 대표), (사)새삶인협회(이장열 대표), (사)미래를위한사랑나눔협회 (이영철 대표), 미래를위한사랑나눔협회 대구지부 (최혜성 대표), (주)원코리아미디어닷컴(허영철 대표) 등 등 여러 단체가 함께했다. 서로의 이야기를 건네며 손을 맞잡는 그 순간, 각자의 시간이 하나의 결 속에 엮여 갔다. 국제로타리 3721지구 관계자는 "현장에서 체감한 연대의 힘이 깊이 와닿았다"고 전했다.

행사에 참여한 탈북민들은 "전국에서 모인 동료들과 김장을 하며 오래 품었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며, 자신들이 지금은 누군가를 돕는 주체로 서 있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 윤광남 경북탈북민총연합회 대표가 참석자들에게 행사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 윤광남 경북탈북민총연합회 대표가 참석자들에게 행사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경북탈북민총연합회 윤광남 대표는 "정착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결국 서로를 지탱해 주는 관계"라며 "이번 나눔은 공동체의 결속을 다시 확인한 소중한 계기"라고 밝혔다.

연합회는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봉사 활동 영역을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이영철 상임대표는 "우리가 받은 따뜻함을 더 넓은 곳으로 전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자립과 상생을 함께 이루는 길을 계속 열어가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경산에 퍼져 있던 김장 향처럼, 이날의 마음도 조용히 퍼져 나가 겨울을 준비하는 이웃들의 삶을 오래도록 지켜줄 것이다. /대전=이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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