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중심의 융합 비전
기술이 확장하는 창작의 경계
과학도시의 새로운 문화 전략

▲ 과학기술을 입은 예술가들이 무대 위에서 전통과 미래를 잇는 오프닝 퍼포먼스를 펼치며 G·Artience 2025의 막을 올리고 있다
▲ 과학기술을 입은 예술가들이 무대 위에서 전통과 미래를 잇는 오프닝 퍼포먼스를 펼치며 G·Artience 2025의 막을 올리고 있다

기술이 감성과 만날 때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대전이 거대한 실험장을 열었다.

KAIST가 17일부터 대전컨벤션센터와 윕스퀘어 일대에서 국제행사 'G아티언스 2025 커넥팅위크'를 개막하며 미래형 K-컬처를 그리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다

이번 행사는 KAIST와 한국예술종합학교, G아티언스 조직위원회가 공동 주최하고, 정부와 대전시,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융복합 축제로 마련됐다. 과학기술이 문화예술과 만나 창작 방식·산업 구조·도시 전략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함께 모색하는 자리이다.

▲ 미래형 K-컬처의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개막 퍼포먼스 장면. 전통무용수들 사이에서 한 퍼포머가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한 채 무대를 이끌고 있으며, 기술과 예술의 움직임이 한 호흡으로 맞물리며 새로운 형태의 융합 공연을 펼치고 있다
▲ 미래형 K-컬처의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개막 퍼포먼스 장면. 전통무용수들 사이에서 한 퍼포머가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한 채 무대를 이끌고 있으며, 기술과 예술의 움직임이 한 호흡으로 맞물리며 새로운 형태의 융합 공연을 펼치고 있다

행사 주제는 '지금, 인간을 켜다'로, 인공지능과 로봇, 감성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는 시대에 기술의 방향을 인간 중심으로 다시 정렬하자는 메시지를 품고 있다. KAIST가 오랫동안 축적해 온 문화기술 연구가 이 논의를 견인하며, 기술이 인간의 경험을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심층적 질문을 던진다.

개막 세션 '융합의 서곡'은 감성기술을 활용한 음악 시각화 공연으로 시작된다. 공홍진 KAIST 명예교수가 구성한 이 무대는 데이터와 인간 감각이 만나는 접점을 예술적 언어로 풀어내며 행사 전체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디자인과 기술, 인문 감성을 잇는 통찰도 이어진다. 이건표 홍콩폴리텍대학교 교수는 창작과 기술을 하나의 축으로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참가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 무대 중앙에서 과학·예술·정책 분야의 패널들이 한자리에 모여 ‘G·Artience 2025 Connecting Week’의 핵심 주제인 미래 융합 전략을 놓고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무대 중앙에서 과학·예술·정책 분야의 패널들이 한자리에 모여 ‘G·Artience 2025 Connecting Week’의 핵심 주제인 미래 융합 전략을 놓고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KAIST 문화기술대학원은 AI, XR, 인터랙티브 미디어 등 문화기술 융합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 이성희 학과장과 남주한 교수는 기술 발전을 창작 현장과 산업으로 연결하는 전략을 제시하며 '기술이 예술의 경계를 어떻게 다시 그리는가'라는 핵심 질문을 분석했다.

현장에서는 로봇과 예술의 만남도 시도됐다.  KAIST 공경철 기계공학과 교수팀이 개발한 웨어러블 로봇 'M20'이 퍼포머와 함께 움직이며 인간의 신체 감각을 확장하는 무대를 선보였다. 기계가 예술의 표현수단으로 작동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는 장면이었다.

창작자 라인업에서도 KAIST의 존재감은 명확했다. 헤더 림, 오주영 등 졸업생들이 AI 기반 창작 사례와 인터랙티브 콘텐츠 제작 경험을 공유하며 기술과 예술이 교차하는 미래의 창작환경을 보여줬다.

조직위원회는 이번 행사를 "대전의 과학기술 기반 창작 생태계를 국제무대와 연결하는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과학도시 대전이 연구 중심 도시의 역할을 확장해, 기술과 예술이 만나는 미래형 창조 거점으로 성장할 전략적 계기를 마련했다는 뜻이다.

이번 커넥팅위크는 지역 연구기관·예술계·산업계·청년 창작자가 함께 미래의 융합 전략을 설계하는 플랫폼으로 작동하고 있다. K-컬처가 다음 단계로 발전하기 위해 기술 중심의 창작 생태계를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지에 대한 현실적 방향도 논의되고 있다.

대전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기술 중심 도시에서 문화기술을 품은 미래 창조도시로 향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드러냈다. 과학기술이 인간의 감성과 창작 세계를 어떻게 확장할지, 그 답을 찾는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대전=이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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