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김유진 대전선병원 내분비내과 전문의

현대인의 식탁이 달라지고 있다. 달콤한 음료, 가공식품, 불규칙한 식사 시간은 이제 젊은 세대의 일상이 됐다. 그러나 그 안에서 '조용한 질병'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바로 젊은 당뇨병이다. 예전엔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최근엔 20~30대에서도 당뇨병과 대사증후군 환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문제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피로감이나 갈증 같은 초기 신호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지만, 그 사이 혈관은 서서히 손상되고 있다. 혈당이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혈관 내피세포가 손상되며, 이로 인해 미세혈관 합병증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혈관이 손상되면 망막병증, 신장질환, 신경병증, 심혈관질환이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2형 당뇨병 환자는 비당뇨인보다 뇌졸중 위험이 약 5배, 심근경색 위험이 4배 이상 높다. 당뇨병은 '혈당의 문제'가 아니라 혈관의 질병인 셈이다.

하지만 희망도 있다. 혈당을 조금만 낮춰도 위험이 현저히 줄어든다. 영국의 UKPDS 연구에서는 당화혈색소가 1% 낮아질 때마다 미세혈관 합병증 위험이 37% 감소했다. 꾸준한 혈당 관리와 정기 검진이 당뇨병 관리의 핵심으로 이미 손상된 혈관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더 나빠지지 않게 막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렇다면 실천은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정기검진이 필수다. 당뇨병 환자는 혈당뿐 아니라 단백뇨 검사로 신장 기능을, 망막검사로 안구의 미세혈관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2형 당뇨병은 진단 직후부터, 1형은 5년 이내에 검사를 시작해야 한다.

둘째, 생활습관의 균형이다. 식사 조절,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은 가장 기본적이지만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이다.

셋째, 합병증 조기발견이다. 혈당이 안정적이라도 주기적 검진을 통해 위험 요인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

당뇨병은 '완치'보다 '관리'의 병이다. 그러나 꾸준히 관리한다면 합병증 없는 건강한 일상은 충분히 가능하다. 당뇨병의 조용한 위협은 바로 꾸준함으로 이길 수 있다.

당뇨병 관리의 핵심은 조기 진단과 꾸준한 실천이다.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체중을 함께 관리하는 습관이 결국 혈관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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