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대응력 끌어올리는 현장훈련 강화
복지시설·학교 잇는 교육 네트워크 재구성
안전·환경·보건 아우르는 통합 정책 실험

▲ 심사평가원 대전충청본부와 서부소방서가 아동복지시설에서 어린이 대상 심폐소생술 실습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 심사평가원 대전충청본부와 서부소방서가 아동복지시설에서 어린이 대상 심폐소생술 실습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행정의 보고서와 캠페인으로는 달라지지 않는 영역이 있다. 아이들이 사는 시설, 위기 때 가장 먼저 흔들리는 공간은 그렇게 방치돼 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전충청본부가 17일 '천주교 대전살레시오 돈보스코의 집'에서 서부소방서와 함께 진행한 재난안전교육은 이 고질적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움직임이다.

이번 교육은 "위험을 알려주는 데서 끝내지 않는다"는 점이 분명했다. 화재·사고 상황에서 즉각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행동기반 매뉴얼을 실습으로 익히게 했고, 소방기 사용법·응급처치·대피 동선 확보 등 평소 접근하기 어려웠던 지점을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종이 안내문이 아니라 실제 몸으로 이해하는 방식이다.

주목할 대목은 교육의 범위를 재난대피에만 묶어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폐의약품 배출을 포함한 생활환경 안전항목을 강화해 아동·청소년 시설의 일상 안전 체계 전체를 다시 점검하는 정책 실험의 성격으로 확장했다.

대전충청본부는 2024년 초등학생 대상 안전교육에 이어 올해 아동복지시설까지 교육 대상을 넓히며 지역 기반의 안전교육 네트워크를 재구성하고 있다. 이는 '취약시설 → 학교 → 지역사회'로 이어지는 생활안전 생태계 구축 전략과 직결된다.

김연숙 대전충청본부장은 "취약계층의 안전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존립 조건"이라며 "제도 취지를 알리는 수준이 아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체감형 교육을 확대해 지역의 위험 구조를 근본적으로 낮추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례가 말해준다. 일회성 교육으로는 지역의 위험을 낮출 수 없고, 안전체계의 전반을 재설계해야 실제 변화가 일어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홍보 성격의 활동이 아니라, 아동·청소년 시설 전반에 일정한 수준의 안전 기준을 적용하고 지자체·소방·의료·교육기관이 함께 움직이는 협력 구조를 구축하는 일이다.

대전에서 시작된 작은 조정이 '취약계층 안전정책의 판'을 다시 짜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전=이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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