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급증·주담대 꾸준…연말 대출창구 줄줄이 닫힌다
연말을 앞두고 주요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 창구가 사실상 ‘셧다운’ 수순에 돌입했다. 올해 가계대출 총량 증가 목표를 이미 크게 초과한 데다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으로의 자금 수요가 이어지면서 관리 여력이 소진됐기 때문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정책대출 제외)은 이달 20일까지 7조895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당부한 연간 증가 목표치(5조9493억원)를 32.7% 초과한 수준이다.
각 은행별로도 모두 총량 목표를 이미 넘어선 상태여서, 초과율이 많게는 60%에 이르는 은행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은행으로 범위를 넓히면 NH농협은행만이 유일하게 목표 여유가 남아 있다.
KB국민은행은 22일부터 비대면 채널에서 올해 실행분 주택담보대출 신규 접수를 막았고, 24일부터는 대면 창구의 주택 구입 자금 대출도 중단한다. 하나은행도 25일부터 올해 실행되는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 접수를 제한할 예정이다.
신한·우리은행도 상황이 심해지면 대출 중단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신한은행은 “12월 비수기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타행 중단으로 수요가 쏠릴 경우 비슷한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고, 우리은행도 신용대출 유입 제한 등 추가 억제책을 검토 중이다.
이달 들어 가계대출 증가 속도는 오히려 더 빨라졌다. 20일까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조6927억원으로, 이달에만 2조6000억원 넘게 늘었다. 하루 평균 증가액은 1326억원으로 7월 이후 최고다. 특히 신용대출은 1조3843억원 증가하며 4년4개월 만에 최대 폭을 기록했다.
금융권에서는 내년 초에도 상황이 쉽게 나아지기 어렵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연말 총량 초과가 워낙 크다 보니, 새해 목표가 설정되더라도 금방 여유가 소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강력한 부동산 대출 규제가 지속할 경우 1~2월에도 대출 문턱이 높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재옥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