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자극 효과 뇌 회로로 검증
플라크 조절과 기억 기능 향상
개인맞춤 전자약 확장 가능성
한국 연구진이 빛의 색만으로 알츠하이머 병리와 기억 기능을 조절할 수 있는 핵심 조건을 찾아내며, 약물 중심의 기존 연구 흐름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새로운 결과를 내놓았다.
KAIST와 한국뇌연구원 공동 연구팀은 균일 조도의 OLED 플랫폼을 개발해 색상과 밝기, 주파수, 노출 시간을 정밀하게 통제한 환경을 구축하고, 어떤 색의 광자극이 가장 큰 치료 효과를 내는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백색·적색·녹색·청색 빛을 동일 조건에서 비교한 끝에 적색 40Hz 빛이 초기 병기 동물 모델에서 단 이틀의 자극만으로 장기기억 향상과 아밀로이드베타 플라크 감소를 동시에 이끌어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해마를 비롯한 주요 뇌 영역에서 축적돼 있던 플라크가 줄어든 데다 이를 제거하는 ADAM17이 증가했으며, 염증을 유발하는 IL-1β도 크게 감소해 기억 기능 개선과 염증 완화가 함께 나타났다.
중기 병기 모델에서도 차이는 뚜렷했다. 백색과 적색 모두 기억력 향상은 관찰됐지만 플라크 감소는 적색에서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했으며, ADAM17 증가와 BACE1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는 이중 조절 효과도 적색에서만 재현됐다.
연구진은 빛 자극에 반응해 어떤 뇌 회로가 활성화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c-Fos 발현을 분석했고, 시각피질에서 시상과 해마로 이어지는 시각·기억 회로가 전체적으로 활성화되는 신경학적 근거를 확보했다.
균일 조도의 OLED 플랫폼은 동물이 움직여도 자극이 고르게 전달되기 때문에 실험 반복 시에도 결과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연구는 약물 없이 빛만으로 병리 변화와 인지 기능 조절이 가능함을 실험적으로 입증했으며, 색상·주파수·노출 시간 조합을 바꿔 개인맞춤형 전자약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노병주 박사는 적색 OLED가 병기별로 ADAM17 활성화와 BACE1 억제를 동시에 유도하는 색상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고, 최경철 교수는 이 플랫폼이 기존 LED의 구조적 한계를 해결해 안전성과 재현성을 높였으며 향후 일상에서 착용 가능한 전자약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을 강조했다.
이번 성과는 국제 학술지 ACS Biomaterials Science & Engineering에 온라인 게재됐으며,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국가정보산업진흥원, 한국뇌연구원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대전=이한영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