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내용도 아주 사소한 것들이었다. 사소하다기보다 그냥 살아가는 얘기들이었다. 참깨 농사를 어떻게했고, 이웃집 누구는 최근 어떤 일을 당했고 하는 것들이었다. 비교적 큰 소리로 나눈 얘기었지만 그렇게 싫지가 않았다. 오히려 구수한 게 정감있게 다가왔다. 운전 때문에 곧잘 스트레스를 표현(?)하는 운전기사도 그냥 가만히 있었던 걸 봐서는 그 역시 같은 느낌이었던가보다.
근무지가 음성군이다보니 중심지인 음성읍 한가운데 버스터미널 주변을 지날 때 새소리를 종종 듣는다. 한 두 마리가 아니고 떼를 지어 지저귀는데 한꺼번에 나오는 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그런데도 나무를 쳐다보고 새들이 어디 있는지 찾고싶어지고 가다가 다시 돌아서 그 나무를 보게 된다. 아마 소음측정기로 재면 그리 낮지않은 수치가 나올 것 같은데도 괜찮다.
- 유권자 피곤하게 하는 말 잔치
그런데 이런 '향내 나는 소리'가 선거판으로 들어오면 상황이 달라진다. 난무하는 말의 잔치가 유권자들을 피곤하게 만든다. 이미 내일 치러지는 10·26 선거를 놓고 여러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상대방을 공격하면서 비방과 흠집내기에 가까운 별로 향기롭지(?) 않은 소리들이 많이 새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검증이냐, 네거티브 공세냐 따지기도하는데 유권자 입장에서는 그게 그거다. 충북의 빅매치라고 할 수 있는 충주시장 재선거도 예외는 아니어서 치고받는 난타전 속에서 별의별 얘기가 쏟아져나왔다.
급기야 후보 선거 캠프에 있는 사람의 불륜 문제까지 나왔다. 어느 모텔로 둘이 들어갔고, 그 모습이 동영상에 찍혔다는 것인데 사실 여부,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정책과 인물 검증의 장이 돼야 할 선거판에 나온 여자문제는 별로 향기롭지 못했다.
어디 충주시장 선거뿐인가. 지난 17일 치러진 음성농협 조합장 선거에서는 익히 들어 낯설지 않은 괴문서가 등장했었다. 하필이면 괴문서가 잘 나돌기로 유명한(?) 음성군 관내에서 일이 또 터지다보니 관심보다는 "또…"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내용도 입으로 전하기조차 민망스러운 것들이다. 특정 후보의 여자문제, 국고보조금 횡령 문제를 건드렸는데 당사자가 곧바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 발송자를 찾고있으니 지켜볼 일이다.
- 소음속에서 평상심으로 던지는 한 표
음성군에서는 이미 지난해 전직 군수의 비리 의혹을 담은 괴문서가 나돌았었다. 괴문서에 등장한 인물들이 이름만 대면 알만 한 지역인사들이어서 그 괴문서에 이름이 등장하지 않은 사람은 지역에서 별로 힘 못쓰는 사람이라는 우스개 소리까지 번졌다. 덕분에 적잖은 지역인사들이 들락날락거리며 한바탕 회오리를 일으켰었다.
이제 내일이면 유권자들이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던져야한다. 중국에서는 무술을 배우는 사람들이 그 내공이 어느정도인가 보기 위해 종 안에 들어가 앉아 종소리를 버티는 과정이 있다고 한다. 그 참을 수 없는 소리의 파장 속에서 귀를 막지않은 채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는 게 쉽지않아 보인다. 말 그대로 달인이나 가능할 것 같다.
우리 유권자들이 그동안 신경을 거슬리게 한 '소음' 속에서 얼마나 흔들리지않고 평상심으로 표를 던질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박광호 중부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