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던 10·26 재·보궐선거로 충청권에서 충주·서산시장과 충남도의원, 보은·당진군의원 등 5명의 선출직 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이 탄생됐다. 새로운 인물들이 선출돼 해당지역 주민들이 그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특히 자치단체장의 경우 새로운 선장이 배를 출항시켰으니 그들의 항로 하나하나가 큰 관심사가 되는 등 주목받고 있다.


- 충주시장 선거가 주는 교훈


이번 선거는 애시 당초 있어서는 안될 선거였지만, 한편으로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안해도 될 선거를 막대한 혈세를 들여 치른 '낭비적 선거'라는 점에서는 안타깝다. 지난해 6·2지방선거 당선자들이 선거법 위반으로 직을 상실하거나 또 다른 선거를 위해 현직을 버리면서 발생한 공백을 메우기 위한 어쩔 수 없이 치러지는 등 전직 선출직들로 인한 '잘못된 선거'였다. 그렇지만 종전과는 확연히 다른 선거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부여된다. 충주시장 선거가 그렇다.

지난 해 이시종 충북지사가 당시 민주당 국회의원 직을 버리고 6·2지방선거에 출마하면서 치러진 7·28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윤진식 현 의원이 당선된 데 이어 6·2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민주당 우건도 전 시장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당선이 무효되면서 실시된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한 이종배 시장이 당선됐다. 결국 충주는 '민주당 국회의원·시장' 체제가 재보궐선거를 통해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시장' 구조로 바뀌었다. 1년 만에 국회의원과 시장이 다른 당 소속으로 '물갈이' 됐다는 사실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권자들이 특정 정당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인물로 선택했다는 평가를 부정할 수 없다.

이종배 시장은 같은 당 소속으로 시장을 역임한 2명의 후보들과 함께 선거를 치르면서도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돼 이 같은 평가가 방증됐다. 다른 지역은 어떤가. 단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후보를 공천하지 않은 울릉군수 선거를 제외한 나머지 영·호남지역에서는 사람만 바뀌었지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정당 후보들이 싹쓸이 했다. 이에 반해 충북에서는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구태한 선거풍토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점에서 유권자는 물론 각 후보들에게 주는 강력한 메시지가 의미를 부여받고 있는 것이다. '검증' 명목으로 상대방을 흠집내는 '네거티브 선거'도 종말을 고했다고 할 수 있는 점도 빼 놓을 수 없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경원 후보가 박원순 후보에 대해 끝까지 의혹을 제기했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오지 않는 가. 충주시장 선거에서도 한나라당 후보 공천을 놓고 말썽과 갈등이 빚어졌고,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등 네거티브가 판을 쳤지만 유권자들은 현혹되지 않고 지역의 미래를 보고 투표한 사실이 자명하게 드러났다. 결론적으로 충주시장 선거는 '텃밭'이 사라지고 '네거티브'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는 교훈을 줬다. '잘못된 선거'와 '중요한 선거'로 의미가 혼재했던 10·26 재보궐선거는 내년 총선 출마자들에게 새로운 자세를 요구하게 됐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 유권자는 청사진과 실천 원해


총선 정국을 앞두고 출마 예상자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지만 벌써부터 네거티브로 얼룩지고 있다. 대부분 상대방을 염두에 둔 근거없는 '설'이지만 공천을 놓고 같은 당 후보를 비난하는 행위까지 벌어지니 벌써부터 걱정이다. "사전선거운동한 물증이 있다", "한방이면 끝난다", "큰 약점을 알고 있다"는 등 예상되는 상대 후보나 공천 경쟁 예상자들을 헐뜯는 소리 일색이다. 총선 출마자들은 유권자들이 '국가와 지역을 위해 이렇게 일하겠다'는 청사진과 실천을 원한다는 표심을 곱씹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용써도 2등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선거에서 '2등'과 '꼴찌'는 같다.




/김헌섭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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