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의 어머니들은 “탈무드”에 있는 이런 이야기를 곧잘 인용하여 어린이에게 들려주며 교훈한다. 돈이 많은 부자들이 여러 사람 탄 배에 한사람의 랍비가 타고 있었다. 돈이 많은 부자들은 서로 자기가 돈이 많다는 것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 말을 유심히 듣고 있던 한 랍비가 “이중에서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유복한 사람일거요. 그러나 그것을 지금 보여줄 수는 없소이다.” 라고 말하였다. 얼마 후 그 배는 해적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렇게 돈 자랑을 하던 부자들은 그만 빈털터리가 되고 말았다. 배가 낯선 육지에 닿은 다음 랍비는 그곳에서 학생들을 모아 가르침으로써 생활하기에 걱정이 없었으나 돈이 많던 부자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남에게 동냥을 구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때에 비로소 부자들은 배안에서 랍비가 한 말의 뜻을 몸소 깨달을 수가 있었다. 머릿속에 들어 있는 지혜는 누구에게도 뺏기지 않는 자기만의 재산이며 그런 지혜 있는 자만이 이 세상을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교훈이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가 아는 여러 명의 월남 동포 생각이 난다. 이북에 있을 때 그들은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에 의해서 아무 걱정 없이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재산을 모두 뺏기고 월남한 후에 어찌할 바를 몰라 삶을 실패한 사람들, 그들에게는 지혜가 없었던 것이다.

수 천 년에 걸쳐 이민족의 박해와 천시를 받아온 유태인에게 물질적인 재산은 물거품과도 같은 것이리라. 그러기에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머릿속에 축적되는 지혜이다. 그 지혜가 있으면 어디에 가도 살 수 있다는 확신을 교육받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교육은 어떠한가?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지식의 무더기를 주입하는데 급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물고기를 낚는 현명한 지혜를 몸에 익히도록 하기보다도 부모가 잡아놓은 물고기를 그것도 본인의 의사에 관계없이 강압적으로 먹으라고만 하는 것이 우리의 교육인 것 같다. 가정교육은 곧 가정교사를 뜻하거나 가정에서 입시준비를 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풍조가 그것을 너무나 잘 나타내주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지 많은 지식을 습득시켜 입학시험에 통과하도록 돕는 것이 가정교육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부모가 있다면 그것은 자손에게 일생동안 먹고사는데 부족함이 없는 재산만 물려주면 부모의 책임을 다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진정한 의미의 가정교육은 무엇보다도 삶의 교훈을 주는 것이다. 그 교훈에 의해서 몸에 익혀진 지혜는 물질적 재산보다 소중하고 입시를 위하여 축적한 지식보다 강하고 영속적이다. 또한 유태인은 지혜만을 가정교육의 전부로 치지 않는다. 유태인에게 있어서 친절과 선행은 단순히 도덕적인 행위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도덕이전의 종교적인 규범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므로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부모의 칭찬을 받거나 만인의 칭송이 될 만한 것이 아니다.

성서에는 친절과 선행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소돔과 고모라의 이야기가 널리 알려진 것이다. 소돔과 고모라성의 최악이 극성하여 멸망시키지 않을 수 없다는 하나님의 진노의 말씀을 들은 아브라함은 “그 성에 옳은 사람이 있을 터인즉 그들을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고 묻는다. 그러자 하나님은 “만일 그 성에 옳은 사람이 열 명 정도만 있어도 나는 그곳을 멸하지 않고 용서하겠다.”라고 약속하였다. 그날 저녁 무렵 하나님은 두 사자를 보내서 현황을 조사하게 한다.

그때 소돔성에 사는 롯이라는 친절한 사람은 그 성을 찾아온 두 행인을 보자 땅에 엎드려 절을 하고 자기 집에서 쉬어가도록 권한다. 그러나 행인들은 “당신의 호의는 감사하나 우린 거리에서 밤을 지낼 작정이오.”라고 대답했다. 이 말에 롯을 펄쩍 뛰었다. “어디 그러실 수 있습니까? 저의 성읍에 오신 손님을 거리에서 지내시게 해서야 대접이 되겠습니까? 집이 비록 누추하긴 하지만 하루쯤 쉬어가실 수는 있습니다. 들어오십시오.” 그러자 그들은 롯의 친절에 감동되어 그의 집에서 묵기로 했다. 그런데 낯선 두 나그네가 롯의 집에 묵고 있다는 소문이 삽시에 온 성안에 퍼졌다. 본시 소돔 사람들은 인심이 고약했다. 타향에서 오는 나그네에게 대접은커녕 친절한 말 한마디 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이기 때문에 롯이 나그네를 대접한다는 말을 듣자 공연히 흥분해서 떼를 지어 롯의 집에 밀려와 나그네를 내놓으라고 소란을 피운다. 이 광경을 본 하나님의 사자는 소돔성에 롯 이외에 옳은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롯과 그 가족으로 하여금 성을 급히 떠나게 한 다음 유황불로써 두 성을 멸하였다.

이 이야기에서 친절한 사람이 열 명만 있어도 소돔성은 멸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에서 친절은 인생최고의 지혜이며 그것을 부정하는 행위는 최고의 벌을 받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유태인의 가정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어린이에게 들려주고 남에게 친절히 하는 것은 곧 하나님의 명령이라는 것을 가르친다.




/윤한솔 홍익불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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