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치권과 대학가의 최대 화두는 반값등록금이었다. 여·야가 모두 주장하여 올해 안에 실현될 것 처럼 보였다. 그래서 학생들의 기대가 컸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반값은 커녕 지난 2학기 등록금이 인상된 학교가 많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 단일 후보인 박원순씨가 서울시립대의 등록금을 반값으로 내리겠다고 공약했다. 실제 지난 선거에서 승리한 박 시장은 다음 학기부터 서울시립대 등록금을 반값으로 낮추겠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내년 1학기에 서울시립대의 등록금이 238만원에서 119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서울시내 주요 사립대 평균 등록금의 4분의 1 수준이다. 파격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렇게 등록금을 내리기 위해서는 시 재원이 충당돼야 한다. 물론 서울시의 예산이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비해 많으므로 이를 충당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대학과의 형평성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경우 절반으로 줄이려면 그 재원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사실상 지금의 등록금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이제 서울시립대가 실제 등록금을 절반으로 줄이므로 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강원도립대도 등록금을 줄이기 위해 내년 예산에 7억4000만원을 편성하여 도의회에 제출했다. 물론 도의회가 이를 전면 수용할지 아니면 예산을 삭감할지 모르겠지만 강원도립대도 점차 등록금을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문순 지사가 강원도립대의 등록금을 내년 30%, 2013년 60% 인하한 뒤 2014년부터 전액 감면해주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물론 서울시립대와 강원대의 등록금 인하는 수익자 부담의 대학 교육에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가 책임지는 공공성을 실천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이를 계기로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등록금을 인하하는 논의가 확산될 전망이다. 그러나 문제도 적지 않다. 어느 정도 내리느냐, 예산은 어떻게 마련하느냐 하는 것 등이다.

정부는 1조5000억원의 국가장학금을 투입해 명목등록금을 5%를 인하하겠다고 발표한바 있다. 그러나 이는 일반 학생들에게는 공허한 약속이다. 결국 일부의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만이 혜택을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립대와 강원도립대가 등록금을 인하한다고 발표하자 충북도내 대학생들은 허탈감 마저 느끼고 있다. 특히 사립대인 청주대와 서원대의 경우 연간 평균 등록금이 900여만 원에 달해 238만원 밖에 안되는 서울시립대에 비하면 많아도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도 서울시립대에만 예산을 지원하여 등록금을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른 대학생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것이다.

박 서울시장은 복지 포퓰리즘에 대한 논쟁을 우려하여 "복지는 공짜나 낭비가 아니고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주장했다. 또 등록금 반값 인하는 상징성과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충북도내 대학들이 11월 중에 총학생회장 선거를 치룰 예정인데 대부분 등록금 인하를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서원대의 경우 이미 각 후보들이 등록금 인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전국 모든 대학의 등록금을 반값으로 인하하는 날이 정말 올 수 있을지는 정말 의문이다. 이제와서 생각하면 반값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정치권을 원망하지 않을 수 없다.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하여 많은 국민과 학생들에게 기대만 키우고 결국 흐지부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값이 아니라 당장 내년부터 전국의 대학이 등록금을 단 5%라도 인하해 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조무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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