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다양한 학습이론 주창되어 왔지만 자기주도 학습이론만큼 전폭적 지지를 받는 경우도 드물다. 자기주도 학습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제정한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주요 핵심 내용인 창의적 체험활동의 학습목표로도 제시되어 앞으로 그 영향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에 자기주도 학습법이 도입된 것은 교사 중심의 학습법에 대한 한계가 지적된 1970년대부터이다. 자기주도 학습은 '자기계획 학습, 자기조절 학습, 자기교수, 자기조정 학습, 자기규제 학습' 등으로도 불린다. 이 학습법은 일반적으로 학습자가 스스로 학습 목표를 설정하고 학습 과정 및 전략, 학습자원을 결정한다. 뿐만 아니라 학습자 자신이 결정한 학습을 수행하고 학습 결과를 스스로 평가하는 일련의 모든 학습과정을 가리킨다.

기존의 교사주도 학습법은 교사가 학습목표 설정, 학습과제 제시, 학습활동, 평가에 대한 선택권을 갖고 학습자의 지식과 기술을 향상시켜 왔다. 그러나 자기주도 학습법은 학습자 스스로의 노력으로 자신의 지식, 기술, 성취감 혹은 개인적 발달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이처럼 자기주도 학습은 학습자가 자신의 학습에 대한 전적인 주도권을 갖기 때문에 학습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학습자는 교사와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며 학습 주체로서 학습활동 전 과정에 적극적, 자율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한국교육개발원에 개발한 자기주도 학습법에 의하면 학습자는 학습과정에서 자기주도성을 갖기 위해서 4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학습자는 학습 주체로서 스스로 학습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자신의 학습에 대한 분명한 동기를 가질 때 학습목표를 구체화하거나 학습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어 학습에 대한 학습자의 책임감을 높일 수 있다.

둘째, 자기주도 학습은 목표달성을 위해 학습 전반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이 이루어져야 한다. 학습 내용과 과정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지만 학습 방법에 대한 점검이 더 중요하다. 이러한 점검을 통하여 학습 목표 달성에 대한 조절과 개선이 이루어진다.

셋째, 자기주도 학습에서 타인의 도움 없이 혼자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학습 목표가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교사나 학부모의 칭찬과 조언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개입이 자기주도 학습자로 성장시키는 촉진제가 되기도 한다.

넷째, 자기주도 학습자는 학습과정을 통하여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배우는 일에 대한 긍정적 경험을 하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긍정적 경험은 단순히 목표를 달성했다는 성취감과는 의미가 다르다. 학습자는 학습 목표 달성 과정을 통하여 주체적으로 참여했다는 보람과 책임감을 함께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을 갖춘 자기주도 학습자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는 문제 인식단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접근하는 문제 이해단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 과정의 첫 단계인 계획 작성단계, 작성된 계획을 실천하는 실천단계, 실천 후에 결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자기 평가단계를 거치면서 온전한 자기주도 학습자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학생들에게는 학(學)만 존재하고 습(習)이 부재하다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다. 교육을 통하여 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이 '학'이라면, 그것을 몸에 익히는 터득하고 체득하는 과정이 '습'이다. 학습 과정에서 '학'이 인지영역이고 '습'이 행동영역이라면 학과 습의 균형을 필요하다. 공자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망연해진다'고 했다. 단순히 배우기만 해서는 안 되며, 학습 주체로서 스스로 고뇌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어도 소화시킬 수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과외나 학원으로 내몰리는 학생들에게 자기주도 학습 시간을 늘려 주어, 자기주도 학습력을 신장시킬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때이다.



/김재국 세광중교사·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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