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군왕시대 임금은 수시로 '과인의 부덕의 소치'를 언급했다. 나랏일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백성들에게 심려를 끼친 상황에서는 으레 '부덕의 소치'라는 말이 튀어 나왔다.
때문에 '부덕의 소치'는 사과의 의미로 사용돼 왔다. 오만불손(傲慢不遜)의 사전적 의미는 '잘난 체하고 방자(放恣)해 제 멋대로 굴거나 남 앞에 겸손(謙遜)하지 않음'이라는 뜻이다.
-민주당 독식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은 충북의 '다수당'으로 등극했다.
총 8석 중 과반이 넘는 국회의원을 차지하고 있던 민주당은 민선 5기 출범과 함께 충북지사, 청주시장, 청원군수 뿐만 아니라 충북도의회 의장, 청주시의장, 청원군의장 등 그야말로 '황금시대'를 열었다.
'식구가 많으면 잡음이 많다'는 옛말이 맞아 떨어지는 것일까. 충북의 다수당 민주당 선출직들은 지난 1년 4개월 동안 곳곳에서 '뉴스의 중심'으로 등장할 만큼 잡음을 일으켰다.
잡음의 형태도 각양각색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잡음보다도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일부 선출직들의 오만불손傲慢不遜)한 태도다.
가볍게 '미안하다'하면 되고, '잘못됐다'라고 시인하면 그만일 것을 수시로 문제를 키웠던 사례가 적지 않았다.
충북도의회의 의정비 인상은 그들의 주장에도 맞는 부분이 많다. 전문적인 의정활동을 위해 반드시 '의정비 현실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언론은 의정비 문제를 '제도적 문제'로 접근했다. '제도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때만 되면 '의정비 인상' 문제가 거론되는 것 자체에 거부감이 많았는지도 모르겠다.
-반론과 막말파동
'의정비 동결'을 주장하는 여론에 맞서 민주당 일부 선출직들은 '해마다 반복되는 사례에 대해 종지부를 찍자'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지역구 경조사비마저 충당하기 힘든 상황에서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전개하기 힘들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그나마 들어줄만 했던 논리였다. 하지만, 일부 도의원의 '의정비 인상 반대하면 언론홍보비도 전액 삭감해야 한다'는 말이나 '뭐가 잘났다고 X랄하느냐' 등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오만불손한 발언이다.
여론에 굴복해 의정비 동결을 선언한 김형근 도의장의 처신도 논란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의정비 인상과 관련해 옳고 그름을 떠나 지역사회에 심려를 끼쳐 드린점 사과한다. 모든 것이 도의장인 저의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면 얼마나 멋지게 보였을까.
의정비 인상의 당위성을 확보했음에도 '동결'을 선언한 것을 언론의 탓으로 돌리지 말아야 한다.도의회에 대한 비판보도가 쏟아질때마다 '쟤는 기자도 아니다. 쟤는 한나라당 기자다'라고 말하는 습관도 버려야 한다.
한나라당이 다수당인 시절이었던 민선 4기에도 지역 언론과 지역 NGO는 '의정비 동결'을 주장했었다. 그때 한나라당 소속 도의원들은 적어도 비판적인 언론에 대해 '쟤는 민주당 기자다'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정치는 변화무쌍하다. 민심(民心)은 시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뒤집어질 수 있다. '부덕의 소치'라는 말로 사과할 수 있는 선출직, 사과를 바탕으로 진정한 위민(爲民)행정을 전개할 수 있는 멋진 선출직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김동민 정치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