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는 많은 박물관이 있다. 청주국립박물관 처럼 국가가 운영하는 박물관이 있고 청주고인쇄박물관, 백제유물전시관 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곳도 있다. 옹기박물관, 인장박물관 같은 개인이 운영하는 박물관도 상당수다.

고고학 자료, 인문·자연에 관한 학술적 자료, 미술품 등을 수집하여 보관하고 전시하는 곳이 바로 박물관이다. 박물관의 소장품들은 독특하고 연구의 자료가 되며 교육 목적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역사를 배운다는 목적이 더 큰지도 모른다.

박물관을 영어로 'museum'이라고 한다. 이 말의 고전적 기원은 그리스어로 'mouseion'이며 이것은 '뮤즈 아홉 여신의 자리'라는 뜻이다. 'museum'이란 말은 15세기 유럽에서 탄생했으며, 17세기 무렵 진기한 수집품들을 묘사하는 데 사용되었다. 18세기에 들어서 일반에 공개되는 공공소유의 수집품들을 보존·전시하기 위해 설립되는 기관을 일컬었다.

청주에서 몇년전 부터 '문자서예박물관'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사단법인 '해동연서회'가 직지세계문자서예대전을 개최해 오고 있는데 이곳에서 수집된 세계 문자 서예 작품을 중심으로 전시하자는 것이다. 또 한글의 우수성과 예술성을 널리 알리고 세계 문자의 기원과 역사를 공부하는 자리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이다. 세종대왕은 한글을 만들면서 눈병이 발병하자 이를 치료하기 위해 충북 청원군의 초정약수터를 찾았다. 그러나 눈병 치료보다는 한글을 완성하는데 더욱 노력하여 초정에서 한글을 완성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래서 청주나 청원에 문자서예박물관을 건립하는 당위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충북에는 진천 종박물관, 청원 잠사박문관, 음성 철박물관, 충주 술박물관 등 다양한 형태의 박물관이 운영되고 있다. 종박물관은 진천에서 고대의 제철로가 발견된 것을 기화로 철을 이용하여 제작하는 종을 일목요연하게 전시하고 있어 인기다. 특히 종의 제작 과정을 모형으로 보여줘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 자료가 되고 있다. 충남 예산의 문인인장박물관은 한국의 대표 문인들의 인장을 한곳에 모아 전시하고 있는데 다양한 형태의 인장과 고대 인장 등이 전시돼 특징있는 박물관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이처럼 여러 형태의 박물관이 들어서고 있어 문자서예박물관의 건립은 매우 긴요하고 필요한 것으로 생각이 된다.

해동연서회는 지난해 까지 7회 동안 직지세계문자서예대전을 개최하여 세계의 문자로 쓰여진 우수 서예 작품 1500여점을 보관하고 있다. 이중에는 중국서예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가의 작품도 있으며 한글 뿐 아니라 한문, 위그르문, 몽고문, 일본문, 나시동판문 등 다양한 국가의 문자 서예들이 출품되어 있다. 이를 한자리에 보존하고 전시하는 공간을 건립하는 것이 이들 서예인들의 꿈인 것이다.

해동연서회는 지난 18일 청주문화산업단지에서 일본, 중국, 한국의 학자들을 초청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한국미학연구소 대표인 박명인씨가 '문자서예박물관의 당위성과 세계적 현상'의 주제 발표가 있었으며 중국 산동성 서법가협회 부주석 범정홍씨는 '중국 문자박물관의 학문적, 역사적 가치 및 현황'을 발표했다. 이에앞서 일본 돗토리시 서도연맹 이나가키 부회장은 '일본 서예의 국전 및 공모전 현황'이라는 주제 발표도 있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문자의 중요성과 서예의 역사성, 이를 집대성한 박물관의 건립 등이 폭 넓게 논의돼 매우 유익한 자리가 됐다. 이를 기점으로 충북에 문자서예박물관의 건립이 실현되기를 기원한다.



/조무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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