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창 청주남성합창단장
입장료 부담 안주고 이웃돕고…폭발적 반응
30∼70대 연령·다양한 직업 42명 '한목소리'
연습실 마련에 도움 준 김요식 대표에 감사

남녀노소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라면. 출출할 땐 간식으로, 입맛 없을 때는 한 끼 식사로도 그만인 라면 한 봉지로 청주 시민에게 볼거리와 이웃사랑을 실천할 기회를 마련하며 작은 기적을 만들고 있는 아마추어 합창단이 있어 지역사회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나이도, 하는 일도 각각 다르지만 합창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청주남성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남기창 단장(70·전 청주대 교수·사진)을 만나봤다.
▣ 청주남성합창단을 소개한다면.
△청주남성합창단은 지난 2005년2월 20여 명으로 창단해 올해로 6년째 활동하는 아마추어합창단이다.
창단한 그해 12월 청주대 음악관에서 창단연주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정기공연과찾아가는 공연을 펼치고 있다.
현재까지 100여 명이 합창단을 거쳤고 현재는 42명의 정예멤버가 활동 중이다. 연령대는 30~70대, 직업은 교사, 사업가, 공무원, 교수, 회사원, 의사 등 다양한 편으로 합창을 좋아하는 남성이라는 공통분모가 없다면 모이기 어려운 모임이다.
매주 월요일이면 운천동에 있는 연습실에서 오후 7시30분부터 2시간씩 합창연습을 하고 공연이 잡히면 10일 전부터 맹연습을 한다. 그저 노래와 합창이 좋아서 하는 것뿐 초심처럼 순수성을 잃지 않기 위해 단원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

▣ 청주남성합창단의 산파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합창과의 인연이 궁금하다.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하모니를 이루는 합창인데오늘날 청주남성합창이 있는 것은 나혼자만의 노력이 아니다. 알려졌듯이 나는 음악, 합창 전공자가 아닌 내가 합창을 시작한 것은 고등학생 시절부터다.
신앙이 있어 우연한 기회에 음악선생님이 지도하는 합창단에 들어가 성탄절 축하음악 예배를 한 것을 시작으로 합창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중창단 활동을 했고 교회 성가대, YMCA빅벨합창단, 부부합창단 등 여러 합창단 활동을 했다. 그러다 보니 합창이 습관이 된 것 같다.
왜 남성으로만 합창단을 꾸렸는지를 묻는 질문도 종종 받는다. 부부합창단으로 활동하던 중 자녀와 집안 문제로 단원이 모여 연습하기 어려운 한계에 부딪혀 남성합창단을 만들게 된 것이다. 보통 여성의 목소리는 곱고 남성은 투박하다는 인식이 많다. 하지만 남성들의 목소리도 곱고 여성 목소리 못지않게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아마추어의 한계가 있을 법도 하다.
△아마추어라고 해서 프로에 기죽을 것은 없다. 프로이기에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으니 아마추어로서의 역할도 필요하다.
프로를 흉내 내서는 안되며 주어진 역할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합동공연이다. 지난해12월 청주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5회 정기연주회'에는 청주 출신 세계적 베이스바리톤 연광철 서울대 교수를 초청해 함께 공연했다. 세계적인 성악가가 아마추어 합창단과의 합동 공연을 하다니 수 십번 무대에 올랐어도 그때가 가장 떨렸다. 고향을 위해 공연을 선뜻 허락한 염 교수에 누가 될까 염려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객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에 잊지 못할 공연이 됐다. 이를 계기로 관객들에게 다양한 재미를 선사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지난달 29일에는 '이병욱과 어울림이 함께하는 청주남성합창단 정기연주회'은 6회 정기공연으로 다양한 한국적 음악을 선보이고 이병욱 서원대 교수와 함께 했다. 이날 선보인 '어울리기 25', '가시버시 사랑', '이 땅이 좋아라'는 지금껏 합창단이 선보인 공연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어서 즐기면서 흥겹게 부를 수 있었다.
대전·충청지역 합창단과의 합동공연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6월11일에는 충북대 개신문화관에서 대전·충청지역 남성합창단들의 페스티벌 '충청지역 남성합창제'를 갖기도 했다. 청주남성합창단을 비롯해 한빛중창단, 바인남성합창단, 쉐키나남성합창단, 청주장로성가단, 대전남성합창단, 충남남성합창단7개 합창단이 참여했다. 앞으로도 이들 합창단과의 우정을 꾸준히 이어나갈 생각이다.

▣ 입장료를 라면으로 한 이유는.
△합창단 활동을 하며 기분 좋은 말이 있는데 바로 청주남성합창단 하면 떠오르는 것이 '라면 한 봉지'라고 할 때다.
라면을 입장료로 한 것은 단순한 발상에서 출발한다. 아마추어다 보니 입장료를 받을 자격이 없지 않은가. 그래서 생각한 것이 작은 부담없이 공연을 보고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취지에서 1회부터 라면을 입장료로 받기 시작했다.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관객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라 단원들도 놀랐다.
라면은 물론 직접 농사지은 쌀도 넣기도 하고 미처 라면을 준비하지 못한 관객은 현금을 모금함에 넣어준다. 이렇게 모인 후원물품은 청주시에서 추천하는 청소년 보호센터 등에 전달한다.
모금함 채 전달하기 때문에 얼마나 모이는지 한 번도 세어보지 않았는데 지난해 정기연주회 때는 라면 1925개, 현금 48만 원, 쌀 20㎏이 모였다고 들었다.
'이병욱과 어울림이 함께하는 청주남성합창단 정기연주회'에서는 라면 782개와 10㎏짜리 쌀 2포대, 현금 32만 8000원이 모여 사랑의울타리에 전달했다. 관객들이 주는 것을 대신 전달한다는 생각을 하면 뿌듯하다. 라면 한 봉지로 지역의 공연문화에 작은 역할이라도 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 50년 넘도록 합창을 했는데 매력이 있다면.
△무엇이든 이유 없이 할 필요는 없다. 개인적으로 나에게 합창은 할 때도 좋고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도 좋아 하는 것이다. 1∼2시간 격정적으로 합창을 하다보면 하루동안 받은 스트레스를분출할 수 있고, 여럿이 화음을 맞추다 보면 어느새 마음도 저절로 차분해진다. 연습이 끝났을 때는 내가 무엇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생각도 들지 않는다.
2007년쯤 청원군 가덕면 인차리의 작은 교회에서 초청공연을 간적이 있다. 단원들이 무대에 다 서지도 못할 정도로 좁은 공간이었다. 무대에 올랐을 때 빼곡히 자리한 교인들의 눈을 잊을 수 없다. 공연 후에도 감사의 인사와 감동했다고 말해줬을 때 내 가슴도 무언가 차올라 주체하지 못했다. 지금도 그때의 전율을 단원들과 되새기기도 한다. 나도 즐겁고 다른 사람도 즐길 수 있으니 합창을 하길 잘했다고 말이다.

▣ 앞으로 계획과 지면을 통해 당부하고 싶은 말은.
△아마추어 합창단이라고 해서 우여곡절이 없었을까. 늘 합창단을 이끌어 주고 있는 최준근 지휘자는 실력만큼 봉사정신도 각별하다. 연습실에서나 무대에서나 단원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훌륭한 지휘자다. 운천동에 있는 연습실은 지난해 봄 김요식 선프라자컨벤션센터 대표의 도움으로 마련했다.
그동안 오갈 때 없이 여러 연습실을 전전했던 단원들에게 안락한 연습실을 내주고 공연도 잊지않고 찾아와 격려해주는 김 대표에게 지면을 통해 감사의 말을 다시 전하고 싶다.
찾아가는 공연을 하다 보면 지역 예술인의 참여가 부족해 아쉬움이 크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문화향유를 하지 못하는 이웃들이 많다. 지역 프로 예술인들은 실력이 검증된 훌륭한 예술인들이다. 그러나 바쁘다는 이유로 베푸는 일에 소홀한 것 같다. 어려운 이웃은 물론 아마추어들과도 교류하며 지역문화를 이끌어가길 바란다.
청주남성합창단은 청주시립합창단과의 송년음악회와 청주시립합창단과 신년음악회를 가질 예정이다.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마추어인 우리와 함께 합동 공연을 제안해준 합창단과 교향악단에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우리는 배울 기회라고 생각하고 연습과 공연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청주남성합창단 공연을 잊지 않고 라면을 들고 찾아오는 수많은 관객이자 후원자에게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남기창 청주남성합창단장
전 청주대 환경공학과 교수, 전 충북산악연맹회장, 민주당 중앙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충북선진평화연대 고문.
/안순자·사진=권보람기자
▲ 남기창 청주남성합창단장.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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