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일년 살림살이 규모를 정하는 예산 작업 시즌이 돌아오면 각 지방 단체장은 지연·학연·혈연을 동원해 정부예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빈약한 수입으로는 공무원 인건비도 감당하지 못하는 지자체가 수두룩하다 보니 정부예산, 교부금 확보에 사활을 걸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지방자치가 실시되고 난 후 예산 확보에는 열을 올리지만 정작 확보된 예산을 사용해 시행한 사업에 대한 수익구조를 보면 형편없는 수준이다. 정당 공천을 받아 선거에 나서는 과정을 통해 당선된 지자체장은 혼자의 몸이 아니기 때문에 소속 정당과 지역구 국회의원, 도의원, 군의원 및 선거 때 자신을 도와준 지역 주민들을 외면할 수 없는 구조를 형성한다. 그러다보니 사업에 대한 수익분석은 물건너 가고 일단 자신의 재임기간중 치적을 쌓아 보여주기 식 행정을 펼쳐 재선해야 본전을 뽑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때부터는 정확한 수익분석과 향후 발전전망을 토대로 한 백년대계의 사업 시행이 아니라, 지난 선거에서 취약했던 지역과 몰표가 나온 지역에 대한 일방적인 애증이 겹치며, 나눠주기 식의 사업이 진행될 수 밖에 없다. 전임 단체장이 벌였던 사업에 대해서는 일단 선을 긋고 , 새로운 사업에 몰두해 전임 단체장 시절 마무리하지 못한 사업은 방치되며 세월 속에 애물단지로 전락해 예산만 잡아먹는 하마로 전락하고 만다. 오죽했으면 몇몇 뜻있는 지자체장들이 "정당공천을 없애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가의 입법을 담당하고 있는 국회의원들 눈에 기초 단체장은 총선 출마 때 기초 하부 조직의 충실한 선거운동원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러는 사이 단체장도 지역의 이름 꽤나 있다는 각종 사회단체장과 어울리며 서로 편의를 주고 받으며 눈도장을 받기에 바쁘고, 군정을 견제·비판해야할 의원들도 정당 공천을 받아 당선됐으니, 동병상련의 위치에 놓이게 된다.

- 집중과 분산의 행정력 필요

정부도 기초 지자체의 각종 부실 사업에 대해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각 부처 별로 조정되지 않은 예산 교부로 비슷한 사업이 명목만 달리해 기초 자치단체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사후 관리 감독은 가뭄에 콩나듯 할 뿐 방치되고 있는 사업에 대한 뚜렷한 대안 제시나 처분을 하지 못하고 있다. 보은군도 예외는 아니어서 화려한 기자회견을 자청해 시작한 3600억원 규모의 신정종합리조트 개발 사업은 시간은 흘러가는 데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국비와 도비·군비가 투입된 한우 유전자원센터는 건물만 완공된 채 덩그런 모습으로 비바람을 맞고 있다.

구병리 관광지개발도 각종 시설물 및 잔디구장이 완공됐지만, 민자 유치 실적을 한 건도 올리지 못한 채 방치 수준에 이르고 있고, 대원리 산촌생태마을과 둘리공원, 개안리 대추홍보관도 처리 방향을 고심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새로운 정주환경 제공을 목적으로 조성된 소도읍육성사업도 1차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지만, 외부인을 유치해 수익성을 내겠다는 이렇다할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보은의 입장에서는 어떻게해서든 중앙 정부의 보조금과 교부금을 확보해야 하지만, 이제는 효과적이고 수익성 검증을 통한 집행이 요구되고 있다.


정부도 예산 집행 전 각 부처 별로 중복되는 예산집행과 사업을 과감히 집중해 사업 효과를 높이고, 이미 집행한 사업에 대해서는 실적을 철저히 검증해 국민의 혈세를 소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다가오는고령화사회에 복지 수요가 높아지는 만큼, 국민들의 세금부담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방만하게 국민들의 세금을 사용한다면 어느 국민이 흔쾌히 높아진 세금을 군말없이 납부할 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주현주 보은주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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