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억대 외상값 파문이 실체적 사실을 규명하지 못한 채 흐지부지되고 마는 양상이다. 지난 10여일간 공직사회는 물론 전국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이 사건은 집중적으로 의혹이 제기됐던 부분에 대해 아무런 해답을 찾지 못했다. '외상규모가 1억원에 달한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해당 식당업주가 자신은 1억원이라고 말한적이 없다고 한발 물러섰고, '한 간부는 가족회식을 자주해 1000만원에 달하는 외상을 졌다' 는 부분도 업주는 1000만원이라고 얘기하지 않았고, 도가 당시 추정되는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조사했지만 그들 역시 이같은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또 식당 출입구에 붙은 도청공무원 사절 안내문 출처 확인을 위해 며칠동안 탐문조사를 했지만 누가 붙였는지 알아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도청 직원들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한 이번 사건은 실체는 없고 의혹만 무성하게 남긴 채 유야무야 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외상값 파문을 둘러싼 논란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공직사회의 외상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충북도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인정을 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처음으로 이 문제가 제기된 후 10여일간 진상조사를 벌여온 충북도는 지난 8일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당사자와 참고인, 기타 사람들의 진술과 관련 정황을 고려해 볼때 도청 일부 실과와 외상거래가 있었고, 금액을 확인할 수는 없으나 미변제된 외상값이 상당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외상장부가 남아있지 않아 실체적 사실은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었지만 외상으로 술과 밥을 먹은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공직사회에 외상이 관행화됐다지만 한 업주가 그로 인해 엄청난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겪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팩트'였고 충북도도 그 부분에 대해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인정한 셈이다. 아울러 현재 한달후 결제 방식으로 하고 있는 급량비 결제시스템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후불결제에서 오는 불필요한 잡음을 차제에 바꾸겠다는 것이고, 이 문제에 대해서는 행안부에 제도개선을 하겠다는 전향적인 단계에 까지 달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이렇게 나름대로 제도개선을 가져오는 순기능적인 역할을 했지만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말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옛말에 '부관참시'(剖棺斬屍)라는 말 이 있다. 이는 중죄인에게 가하는 형벌로 죽은 후에 생전의 죄가 드러나면 무덤을 파헤쳐서 관(棺)을 쪼개고 송장의 목을 베는 매우 끔찍한 형벌이다. 이 말을 이번 외상값 파문에 빗대는 것이 적절치 않은 면이 있지만 과거의 잘못을 단죄한다는 측면에서는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과거의 잘못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채 해당 업주의 말이 마치 진실인양 퍼져나간데 따른 도청 공직자들의 명예훼손이 너무나 심각하다는 것이다. 문제 제기된 순간의 내용만 알뿐 후속상황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일반적인 속성을 감안하면 '도청공무원은 밥값 떼먹은 몰염치한 사람들'로만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게 됐다. 한 도청 공무원은 어린 아들로부터 "아빠도 밥먹고 돈 안냈어"라는 말을 들었을때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자괴감에 빠졌다고 했다. 유대인 경전 주석서인 미드라쉬에 그 유명한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경구가 있다. 슬프거나 즐거울때나 절망에 빠졌을때나 승리에 도취했을때 현재의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미래를 경계하라는 이 말이 상처받은 도청직원들의 마음을 얼마나 달래줄지 모를 일이다.




/김정호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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