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가방을 메고 신발주머니를 손에 든 체 헐레벌떡 문을 열고 들어서는 아이가 있었다. 무엇이 그리 서러운지 얼굴은 눈물범벅이 되어 있었고 연신 눈물을 닦으며 하소연을 해 대는 것이었다.

"교장 선생님, 오히려 지켜주지는 못할망정 공부를 못한다고 여럿이 저를 골려요. 그래서 멱살만 잡았는데 때리면 지는 거잖아요?"

쳐다보니 안쓰럽기도 하고 딱하기도 하여 손님이 방문하기로 되어 있는 것을 뒤로 미루고그 아이의 눈물 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했다. 3학년인 아이는 1학년 때부터 자기는 계속 왕따를 당했다며 피해의식에 가득 차 있었다.


-혼 좀 내 주세요


아이는 흐느껴 울기도 하고 때로는 거칠게 항의도 하면서 자기의 울분을 토해 내기 시작하더니 토해내고 토해내도 지칠 줄을 몰랐다.

"그러면 얼마나 스트레스가 쌓이겠어요? 3년을 당해보면 아마 교장 선생님도 짜증이 날걸요?"

아이들은 담임선생님이 지도를 할 때면 좀 괜찮아 지다가 조금 지나면 도로 괴롭힌다면서 자기는 남을 장난으로 골리는데 다른 아이들은 자기를 진심으로 괴롭힌다는 것이었다. 그 아이의 하소연은 한 시간이 넘도록 계속 되었는데 자기는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 것, 그런데 다른 아이들이 자기를 집단으로 괴롭혀 스트레스를 받아 혈압이 자꾸만 오른다는 것, 다른 아이들 때문에 짜증이 난다는 것,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돌덩이 같이 큰 아이였다.

'어린 옥수수 잎도 다 자란 열매만큼 소중하다'는 어느 교육자의 말이 떠 올랐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를 우선 안심 시키고 동화책 한권을 선물로 주어 돌려보내고 담임교사와 상의를 했다. 사랑으로 가득 찬 담임교사는 학생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었고 어머니와 계속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아이를 지도하고 있음에 감사함은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담임교사는 아이는 자기만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자기가 하는 것은 장난, 남이 하는 것은 피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그 이튿날, 점심시간 그 아이와 또래들을 불러서 이야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게 해 주었다.


-말과 행동


행복을 위해선 어떤 경우라도 다른 사람을 살리는 말과 행동을 하자는 말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부처님, 예수님 이야기를 예로 들며 설명을 해 주었는데 아이들이 얼마나 소화를 했는지 모르겠다. 앞으로도 그 아이와 계속적인 대화가 필요함을 느끼며

'아이들이 있기에 교사가 있고, 교사가 있기에 관리자가 있다는 것을 항상 잊지 말라' 던 어느 선배님의 말씀을 떠올려 본다.



/ 진영옥 주중초 교장·동화작가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