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터졌다. 잠시 잠잠하더니 충북 음성군이 요즘 다시 시끄러워졌다. 다른 사람도 아닌 군수와 관련된 일이니 조용할 리 없다. 경찰은 수사중이고 군청 안팎과 주민들은 조심스레 그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사연은 이렇다. 현 군수가 지난 6·2지방선거 때 특정인의 도움을 받아 쉽게 당선됐고 그 고마움의 표시로 인사 특혜를 보장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는 게 여의치 않자 대신 공사 수의계약을 통해 금전적 혜택이 돌아가도록 했다는 것이다.


-군수까지 거론된 '자폭 사고'


더 정확히 말하면 지방선거 이전 선거판이 무르익을 때 군수의 경쟁자들을 내려앉도록 하는 데 특정인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경쟁자들을 내려앉히는 데는 그들의 껄끄러운 행동거지, 때에 따라서는 비리 개연성이 있는 이런저런 '뒷담화'가 도마 위에 올랐고, 이를특정인이 나팔수 격으로 문제 삼으면서 결국 현 군수가 이기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뒷담화' 자료를 특정인에게 제공한 정보원이 군수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런데 자리를 보장해주겠다던 인사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특정인이 제 발로 경찰을 찾아가 군수가 줬다는 수의계약 자료를 통째로 넘기는 '자폭 사고'가 발생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음성지역이 뒤숭숭해진 것은 당연한 일. 이미 현 군수 이전 2명의 군수가 이런저런 비리·불법으로 2003년과 2010년 연속 낙마한 판에 또 다시 현 군수마저 연루된 좋지않은 얘기가 들려오니 지역이 편안할 리없다. 물론 현 군수 이외의 다른 2명의 군수는 법의 심판까지 받아 당사자들이 할 말도 궁색하겠지만 현 군수는 수사중인만큼 아직은 지켜볼 단계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좀 씁쓰름한 게 있다. 지역이 흔들리는 게 현 군수가 엮여서 만이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이다. 현 군수를 포함, 3명의 군수가 연루된 각 사건의 중심마다 어떻게된 일인지 문제의 그 특정인이 연루됐다는 관측 때문이다. 아니, 주민들은 아예 그런 것으로 믿고 있다. 검찰, 경찰, 선거관리위원회 등이 수사·조사할 수 있도록 제보나 고발하는 데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지난 해 전직 군수의 비리 의혹이 담겨 지역을 들쑤신 '괴문서' 건은 물론이고 지역 내 적잖은 갈등·대립에 이 특정인은 빠지지않고 끼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순수성 의심받는 상황까지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역 주민들이 "또 그사람이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왜 군수들이 하나같이 그 사람한테 코가 꿰어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냐"며 한숨 짓는 판이 됐다. 잘못을 저지른 군수들도 문제지만 건건이 상대방의 취약점, 치부를 무기삼아 휘두르는 특정인에 대해서도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나아가 군수의 잘못을 문제 삼는 의도가 지역 공공의 이익보다 개인적인 이해관계, 감정에 따른 것이라는 징후가 드러나다보니 그 순수성마저 의심받는 지경까지 왔다.

이번 군수 건에 대해서도 본인 스스로 "약속한 인사를 이행치 않아 내가 망신을 당한만큼 돌려주려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바닥까지 와 더 이상 떨어질 데가 없으니 누가 손해인지 까발릴 대로 까발려보자'는 심산인 듯하다.

이 때문에 웬만한 사람들은 엄두도 못 내는 자치단체장들의 비리와 잘못을 파헤쳐 톡톡이 그 대가를 치르게하는 파수꾼(?) 역할을 했으면서도 박수를 못 받고 있다. 그가 개입한 사건에서 그의 주장이 대부분 맞는 것으로 결말났음에도 왠지 씁쓰레한 이유다.



/박광호 중부본부장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