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 '앞선 걸음'...바이오 선점

한미 fta 체결로 국내 의료시장의 대대적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무엇보다 관세장벽의 철폐를 통한 의약품 가격인하, 특허권강화, 임상실험의 간소화 등으로 국내 제약회사들이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제약들이 그동안 기술개발보다는 유통판매를 통한 이윤추구에 안주해온 것이 지금의 고민을 키웠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같은 위기 속에서도 '기회'의 틈새를 노리는 제약회사가 있다. 최근 충북도와 1100억원대의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2009년 청원군 오송단지에 새 둥지를 틀게 될 (주)한올제약. 끊임없는 신기술 개발로 향후 10년 이내에 국내 1위, 세계 30위권을 탈환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가진 회사다. 국제화 시대에서의 유일한 경쟁력은 'r&d(연구개발) 뿐'이라며 세계적 헬스케어(health care)사의 꿈을 실현해 가는 이 업체의 로드맵을 들어봤다.<편집자 주>

막강한 신약기술 보유로 10년 내 세계 30위권 진입 목표
2009년 청원 오송단지로 이전... 1100억원 투자ㆍ300명 이상 고용창출


세계특허 출원의 신약개발 기술력 확보

항생제와 아미노산 수액제 부문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한올제약(사장 김성욱)은 지난해 11월, 국내외 제약업계의 이목을 다시 한 번 집중시켰다. 각종 특허출원의 잇단 발표로 이미 동종업계와 전문가들로의 주목을 받고 있었지만 당시 출시한 소화기계 항생제 '노르믹스'는 제약업계의 일대 혁명으로 극찬받기에 충분했다. 대한소화기학회 satellite symposium는 "한올의 노르믹스로 인해 ibs(과민성대장증후군)'의 항균요법 시대가 도래했다"는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 임상실험 중인 '아토피치료제 b12' 또한 날로 심각해지는 환경질환의 종지부를 예고했다. 효과는 탁월하지만 부작용을 유발하는 기존 스테로이드를 사용하지 않고 비타민의 일종인 'b12' 제제를 이용했다. 이 제품은 치료개념보다는 보습을 통한 악화방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기존 아토피 의약품 시장에서 환경질환에 맞설 수 있는 21세기 바이오 신약이다. 한국화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한 이 '아토피치료제 b12' 국제특허를 받아 현재 3단계 임상실험 중이다.

바이오 제네릭을 주사제에서 경구용으로 전환시킨 성장호르몬을 비롯, 약물의 시간차 방출을 통한 부작용을 최소화한 기능성 복합제 또한 조만간 미국 현지에서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최근 출시한 당뇨병 치료제 '글루코다운 or 750㎎'을 벌써부터 의료계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대표제품으로 꼽히고 있다.



연구인력 확충, 최근 5년간 100억원 이상 투입

한올의 신약개발은 연구인력 강화와 기술개발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한올은 1983년 이탈리아 다국적 기업 'zambon'과 기술 제휴할 당시 기술개발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매출의 일정액을 기술개발에 재투자하면서 끊임없이 신약을 출시하는 다국적 기업들의 경영은 당시 열악한 자본구조를 면치 못했던 한올로서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고민 끝에 한올은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 이듬해인 1984년 5명의 연구인력으로 중앙연구소를 설립하고 기술개발에 착수한데 이어 2002년에는 서울연구소를 또다시 설립, 연구개발력을 보강하는 등 꿈을 이루기 위한 한발을 내디딘 것이다.

한올이 지난 5년 동안 연구개발비에 투자한 비용은 총 107억여원으로 연간 순수매출이 300억~400억 수준에 비해서는 연구투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국내 제약사들의 연구인력은 평균 16명에 머물고 있다.

이와 같은 한올의 r&d 열정은 신약개발이라는 튼실한 열매로 이어지고 있다. 한올은 국제특허 3건을 포함, 출원완료된 것만 모두 11건이다. 국내특허 5건은 출원을 현재 진행 중이다. 현재 한올이 보유하고 있는 제품구조는 총 12개 분야에 주요 약품군을 망랑해 140여가지나 된다.



제네릭ㆍ바이오ㆍ 혁신신약 연구개발에 몰두

1973년 설립된 한올이 창립 34년을 맞아 지향하는 미래전략은 크게 3가지다. 제네릭 개발과 bio-similar 개발, 혁신 신약개발을 통해 세계적 제약기업으로 도약을 목표로 모든 기술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기존 제네릭에서 한단계 진화한 이른바 '기능독점적 특허 제네릭'은 신물질 혁신 신약에 버금가는 기술혁신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올은 이와 함께 신 bio-similar 연구개발에 매진할 방침이다. 한국 전체 의약품은 3년 후를 기준으로 세계시장의 1.2% 수준에 불과하지만 바이오 분야만큼은 3% 이상대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보기 때문이다. 근본적 기능면에서 약효증가는 물론 부작용 감소를 노리는 이 전략은 앞으로 발전할 바이오시장을 대비하기 위한 사전 준비작업이기도 하다.

한올은 기술개발과 함께 마케팅 전략에 대한 궤도수정도 시도하고 있다. 덤핑판매와 리베이트 제공 등과 같은 '제살 깎아먹기식'의 유통구조을 과감히 탈피했다.

2005년 3세대 crm으로 평가받고 있는 it 시스템을 구축완료하고 고객? 판매관리 및 마케팅 관리통합을 실현했다. 대고객 서비스 품질의 향상을 위해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등 현업지원 프로세스를 가동시키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마케팅의 효율성을 극대화시켰다. 이로 인해 지식기반을 바탕으로 한 영업활동 매출은 3배 이상이나 늘었다.



2009년 청원 오송단지로 연구소ㆍ생산라인 옮겨와

한올이 충북도와 mou를 체결한 것은 지난달 20일. 청원군 오송산업단지 내에 부지 66,115㎡(약 2만평)을 마련하고 총 11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한올이 충북행 결심에는 경제특별도를 위한 충북도의 열정과 교통이 편리한 지리적 요건, 입주업체에 대한 다양한 인센티브, 식약청 이전으로 인한 향후 시너지 효과 등이 전반적으로 고려됐다.

한올은 이곳에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대전중앙연구소와 서울연구소를 병합이전함으로써 연구팀간 연계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 이곳의 연구인력은 모두 42명으로 향후 10년동안 120명까지 확충하는 중장기 계획을 감안할 경우 400명 이상의 고용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제약기업 30위권 진입'이라는 한올의 당찬 꿈이 충북도에서 새롭게 펼쳐지는 것이다.



<회사연혁>

1973.11.20 한올제약(주) 창립
1974.02.08 국내 최초로 항생제 'alvacin' 캅셀 생산? 판매
1987.03.24 중앙연구소 설립
1988.11.14 영국 beecham사와 bactroban 연고 기술제휴
1989.12.18 한국증권거래소 주식상장.(상장 후 자본금 30억)
1991.10.23 일본 도야마사와 주사용 항생제 토미포란 기술제휴
1993.10.26 일본 모리나가사와 항암치료제 m-csf 기술제휴
1994.12.02 일본 도야마사와 제3세대 경구용 항생제 토미론 기술제휴
1996. 한국능률협회 주관 상장기업 우량도 평가에서 국내 51위(제약업체 중 4위)에 랭크
2002.02.06 사회복지법인 한올생명의 집 설립
2002.04.25 서울연구소 설립





<인터뷰- 한올제약 전성수 부사장>

영업망ㆍ기술개발 등 갖춰 다국적 제약사들과 경쟁

그는 젊었다. 소박한 표정에 조용한 말씨, 제약관련 전문지식 등 어느 것 하나 구태의연하지 않았다. 안경 없이도 깨알 같은 영어원서를 단숨에 읽어내고 인터넷 정보서핑은 웬만한 젊은이를 능가한다. 직업에 대한 자신감과 열정에 70년이라는 세월은 기를 못 펴고 비껴갔다.

전성배 한올제약 부사장(70). 제약업계 원로로 알려진 그가 지난 2004년 한올의 영입제안에 주저하지 않은 것은 경영주의 비전제시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창립자 김병태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김성욱(38) 사장이 'r&d(연구개발)'의 강조하는 신세대 경영인임을 잘 알고 있던 터였다. 평소 수입개방 속에서의 국내 제약사 경쟁력 제고를 고민하던 전 부사장에게는 김사장의 예리한 분석력이 가뭄 속 단비처럼 신선했다.

"국내 제약업계의 역사는 어느덧 100년 시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젠 영업망과 기술개발 등에 안정적 토대를 갖출 때가 됐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국내 제약시장은 아직도 잘못된 영업망과 안일한 모방주의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영세업체들이 다국적 제약사와 경쟁할 수 는 절대 없습니다."

생각은 통한다고 했던가? 그의 이같은 생각은 김 사장의 적극적 후원 아래 유능한 연구소장을 영입할 수 있었다. 당시 미국기업에서 오랫동안 연구원 생활을 하고 있던 조영관씨를 중앙연구소장으로 끌어올 수 있었던 것은 전 부사장의 깊은 인맥이 작용했다. 한올은 이후 조 소장을 필두로 연구소를 분석연구팀과 제제연구팀, 특허팀, 개발팀 등으로 구성하고 신약개발에 나섰다. 현재 11개의 특허출원과 특허진행중인 5개의 신기술은 모두 과감한 연구소 투자의 산물이다.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오늘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자문한다는 전 부사장. "책이 있어 즐겁고, 유익한 정보를 나눌 수 있어 더욱 즐겁다"는 전 부사장은 45년여 동안 익혀온 지식 보따리를 일반 소비자들에게 풀어놓는 게 마지막 꿈이다.

/이성아 기자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