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이면 불우이웃 돕기 캠페인이 벌어진다. 사랑의 온도탑도 세워지고 구세군의 남비 소리도 들린다. 또 많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불우 이웃 돕기에 나선다. 수년간 얼굴을 드러내지 않을채 거금을 기부하는 사람도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전국에서 소리없이 많은 돈을 기부한 사람이 나타났다. 전북 전주시 노송동 얼굴없는 천사는 지난 20일 노송동주민센터에 돈을 놓고 사라졌다. 이 천사는 12년 째 연말이면 동주민센터 앞에 돈이 든 박스를 가져가라고 전화를 걸고 사라진다고 한다. 올해도 5만원권 1000장에 노란 돼지저금통에 담긴 각종 동전 24만2100원 등을 합쳐 모두 5024만2100원을 놓고 사라졌다. 그가 기부한 기금으로 12년간 1700여명에게 지원됐다. 강원도 횡성에서는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해 달라며 백미(20㎏) 200포를 기증한 사람도 있었다. 이 사람은 정미소에 200포를 맡겼다며 불우한 이웃에게 전해달라고 말하고 사라졌다.

충북 제천에서도 얼굴없는 천사가 나타났다. 제천시 장락동 ㈜동원연탄 사무실에 한 여성이 찾아와 불우이웃을 돕는데 써달라며 연탄 2만장(900만원)을 산 뒤 보관증을 제천시 사회복지과에 전달해 달라고 말하고 사라졌다. 9년째 12월이면 이 여성이 나타나 연탄을 구입하여 시에 기증하고 있다.

구세군에도 익명의 억대 기부자들이 나타났다. 지난 21일 90세 노부부가 각각 1억원씩 2억원을 서대문구 충정로 구세군 빌딩을 방문해 불우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기부했다. 이에앞서 지난 4일에도 자선남비에 익명의 1억1000만원 수표를 놓고 갔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이같은 온정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들이 많아 세상은 살만한 것 같다.

이처럼 훈훈한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굴지의 기업의 총수가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여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돈 많은 사람들이 불우한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더구나 기업의 돈으로 수백억원씩 비자금을 조성하여 개인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같은 사례는 거의 모든 대기업에서 자행되고 있다. 돈 많은 사람들이 돈에 더 욕심을 부리는 것이다. 세금을 포탈하고 기업자금을 유용하고 불법적으로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이같은 행태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이들이 서민들 보다도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욕심은 끝이 없다. 옛 말에 100석을 가진 부자가 한석 가진 머슴의 재산을 탐낸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가진자들이 이웃돕기에 나서야 한다.

수산물시장에서 수십년간 고생을 하여 번돈을 장학금으로 기탁하거나 작은 술집을 운영하며 평생 모운 돈을 대학에 기부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수조원의 자산을 가진 대기업의 총수가 비자금을 조성하여 개인적으로 유용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 젊은이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경우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키로 했다. 이 주식은 현재 25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기부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있지만 그는 오래전부터 사회환원을 생각했다고 하니 꼭 그렇게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프로야구 선수 박찬호도 통큰 결정을 내렸다. 6억원의 연봉을 아마추어 야구 발전을 위해 기부했다.

크리스마스도 지나갔다. 이제 새해가 다가오고 있다. 이 해가 가기전에 모든 국민들이 불우한 이웃을 돌아보는 마음의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조무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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