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했던 2011년의 끝자락을 지나고 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면서 대내·외적으로 갖가지 큰 변수가 생겼고, 정치권은 통합이니, 비상대책위니 하면서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먹고 사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서민들은 '월급 빼고 다 올랐다'고 아우성 칠 정도로 팍팍한 삶을 근근덕지 유지하기에 급급한 해였다. 농민들은 어땠는가. 기나긴 여름 비로 인해 농산물을 제대로 수확하지 못해 손에 쥔 게 거의 없었고, 김장철 대목을 보려던 배추는 수확의 기쁨은 커녕 새해가 코 앞으로 다가온 지금도 밭에서 그대로 동사(凍死)된 채 새해를 맞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 경제적으로 기념비적 한 해


올해는 경제적으로 기념비적인 한 해였다. 무역 규모 연간 1조 달러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1948년 건국 이후 63년,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세워 수출 주도의 경제 정책을 추진한 지 50년도 채 안 돼 세계에서 단 8개 국가 뿐인 '무역 1조 달러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보다 앞서 1조 달러를 달성한 국가는 미국·독일·일본·중국·프랑스·영국·네덜란드·이탈리아 등 8개 국가에 불과할 정도로 그 의미가 크고도 깊다. 1948년 1900만 달러에 불과했던 수출은 올해 5150억 달러로 2만7000배 증가했다. 세계 100위 수출국이 7위로 올라선 것이다. 1962년 1인당 국민소득 87달러의 최빈국은 200배 이상 증가한 2만759달러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2009년에는 외국의 원조를 받던 국가로는 최초로 다른 나라를 돕는 '원조 공여국'이 됐다. 1960년대 초반 철광석과 오징어 등이 주력 수출품이던 한국은 반도체와 자동차, 선박 위주의 제조업 강국으로 성장했다. 인구 세계 26위, 국토면적 108위에 불과한 우리나라가 독립한 지 65년 만인 2010년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의장국으로서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이해관계 조정과 위기 극복의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반면 이 같은 무역 호조 속에 국민들의 생활은 어땠는가. 자고 나면 오르는 물가로, 서민 가계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졌다. '물가가 미쳤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물가를 잡겠다던 정부의 장담도 헛구호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정부에서 특별관리한다는 생활필수품이 더 오르고 있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전셋값 고공행진도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도미노식 물가 인상으로 인한 서민들의 생활고는 더욱 가중되면서 이제 더 이상 졸라맬 허리띠도 없는 상황이 됐다.


- 총선과 대선


임진년 새해에는 총선과 대선이 예정돼 있다. 정치권은 개혁이니 통합이고, 자신들끼리는 일대 변혁을 주창하고 있지만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될 지 궁금하다. 이에 맞춰 총선 출마 예정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예비 후보 등록하고, 오랏소리 하지도 않은 행사마다 얼굴 들이밀고, 평소 얼마나 글을 썼는지 몰라도 잇따라 출판기념회도 열고 있다. 플러스, 마이너스 이리저리 머리 굴리며 계산된 행보에 나서는 등 '용'의 해에 서로 '용'이 되기 위해 '용'쓰고 있다. 그들의 공약에는 서민생활과 밀접한 경제 살리기가 최우선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리고 이제껏 늘 그래왔듯이 서민들 위한다고 재래시장 찾아 상인이나 장보러 나온 주민들 손잡고, 물가 체험한답시고 물건 몇개 사고, 경로당을 찾아 노인들에게 큰 절하며 평소 별로 없던 공경심도 표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의 진정성을 믿는 이가 어느 정도 되겠는가. 그동안 표를 받은 자신들만 '용 머리'가 됐을 뿐 표를 몰아준 서민들은 '뱀 꼬리' 취급당하지 않았던가. 유권자들은 더 이상 용두(龍頭)와 사미(蛇尾) 관계를 원하지 않는다. 아무리 애원해도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다. 그만큼 똑똑해졌다. 표를 달라고 읍소하는 그들만 늘 그대로다.



/김헌섭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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