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壬辰年) 새해가 밝았다.

올해 농업분야에서는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변화가 기다리고 있다.한·EU(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에 이어 한·미 FTA도 곧 발효된다.

이에 따른 농업 피해를 즉각 예측할 수는 없지만 모진 시련을 견뎌야 할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FTA가 농민들에게 거친 도전임에 틀림없지만, 기회이기도 하다.


-‘돈 되는 농업’ 가능성 입증


돈 되는 농업의 가능성은 현실에서 입증되고 있다.

기온, 습도, 일조량 등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시설재배로 최고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고 해외시장에도 수출하고 있다.

막대한 브랜드 가치를 가진 명품 농산물을 키워내는 억대 부농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충북 청원군 가덕면 노동2구에서 '베리원 딸기농장'을 운영하는 이원섭 대표는 귀농으로 부농의 꿈을 이뤘다.

8923㎡(6610㎡는 딸기 재배, 2313㎡는 육묘장) 크기의 농장에서 벌어들인 지난해 매출액은 1억8000만원이다.

그는 중견 토목회사를 운영하다 경영난을 겪으면서 귀농을 생각하게 됐다. 첫 해 4동의 비닐하우스에서 딸기농사를 지었지만 경험이 없는데다 정보부족으로 초기자본을 까먹는 등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그는 시행착오를 거쳐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2009년부터 기존 재배 방식과 차별화된 수경재배에 나선 것이 수익을 올리는데 큰 도움을 줬다. 이 재배법으로 연작으로 인한 수량 감소를 줄이고 당도를 높여 고품질 딸기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청원생명딸기는 맛과 품질을 세계 속에서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가덕·남일·문의·오창읍 딸기재배농가로 이뤄진 청원생명딸기연구회는 도내 최초로 말레이시아에 수출됐던 청원생명 딸기를 인도네시아로 추가 수출하는 쾌거를 이뤘다.이번 수출로 딸기 재배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 창출과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 딸기 생산농가들에게 큰 희망을 안겨주는 계기가 됐다.

청원군 옥산면 국사리에서 '나경농산'을 운영하는 오춘식 대표도 귀농해 느타리버섯을 통해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서울 중소기업 연구원으로 일하던 그는 농촌에서 새로운 희망을 일구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생각만큼귀농생활이 만만치 않았다.

경험 부족으로 수차례 실패를 했고, 농사일을 접을 생각까지 했다.

그는 소비자 기호와 수요 변화에 맞게 버섯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자동화시스템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 후 3개월 동안 잠을 설쳐가며 버섯재배실 환경시스템을 가동해 생육에 적합한 표준데이터를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배지생육실, 배지 배양실, 저온저장시설과 버섯의 생육단계별 생육환경을 자유롭게 조절하기 위해 냉난방 환기 가습자동화 제어시설을 설치하는 등 과학영농도 실현했다.이와 같은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으로 오 대표는 2000㎡의 버섯재배사에서 연간 느타리버섯 2㎏짜리 6만여 상자를 생산, 1억3000만원의 순수익을 올리고 있다.


-끊임없는 연구·노력 필요


하지만 이들이 운이 좋아서 이런 열매를 맺은 것은 아니다. 그것은 지독할 정도의 품질 우선주의, 친환경 농법,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아이디어 창출, 유통망 확보, 고부가가치화 등의 결과물인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다.FTA 파고 속에서도 선진기법을 도입해 부농의 꿈을 일구며 흙과 함께하는 이들이 있는 한 우리 농업과 농촌은 아직 희망을 이야기하기에 충분하다.



/이능희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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