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되든, 가난뱅이가 되든, 어느 쪽으로 굴러가든, 우리가 인간인 이상 우리는 불행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꾹 참는 것, 참고 또 참고 다시 참고 죽을 때까지 참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도대체 무엇을 위해 우리들 인간은 이렇게 참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인생이 텔레비전의 건전한 홈드라마 같다면····! 그러나 어떻게 해서 그렇게 바보스러운 건전한 홈드라마처럼 바보스럽지 않고 훨씬 비참하기 때문일까? 그러나 나는 이런 건전한 홈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화가 나서 텔레비전 세트를 부숴버리고 싶다.
제발 그만! 우리들 인간의 인생은 훨씬 비참하다! 이렇게 외치고 싶다. 죽고 싶다. 죽어버리고 싶다. 아- 죽어버리면 얼마나 편할까! 이렇게 생각하면서 죽지 못하는 나! 죽고 싶다! 죽고 싶다. 아, 죽어버리고 싶다! 이렇게 외친 다음 아, 죽지 못하겠다. 죽지 못하겠다. 어떻게 해도 죽어버릴 수가 없구나 하고 외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가슴에 가득 찬 슬픔, 만년설(萬年雪)처럼 녹을 것 같지 않은 마음의 아픔을 갖고 아, 그래도 인간은 살아야 하는 것이다. 청주에 지진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이런 일을 생각하고 있을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대지가 흔들리면 그때 나는 나의 고뇌와 함께 이 인생과 헤어질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아, 이젠 어떻게 되도 괜찮다. 자포자기 하는 마음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마음의 밑바닥에서는 안 돼, 안 돼, 자포자기해서는 안 돼 하는 소리가 들린다.
신(神)은 도대체 인간을 얼마나 괴롭히면 마음이 편안해질까? 하나님! 제발 이 정도로 끝내주십시오! 문득 이렇게 중얼거려 본적이 없는 사람은 도대체 이 세상에 몇 사람이나 있을까? 이미 사방이 막히고 나갈 문도 없다고 생각할 때 그래도 계속 살아가라고 하는 것이 신(神)인가, 그 잔인함! 운명에 희롱당하고 지쳐서 미칠 것 같아도 또 불행이 닥친다. 뱀을 때려죽이는 것처럼 살아가야 하는 우리 인간, 아, 그 숙명! 인간은 자기에게 중요한 것을 획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노력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이 있기 때문에 의욕도 솟는 것이다. 중요한 것을 획들 할 수 없음을 알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하라고 하는 도덕이 이 세상에 존재해도 좋은가.
나는 이 여자를 행복하게 할 조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나는 이 남자를 행복하게 만들려고 노력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생각하는 남자나 여자에게 노력하라고 해서 도대체 어떤 성과가 있을 것인가. 나의 선의나 노력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힌다고 생각한 남자나 여자에게····. 아, 도대체 사람들은 무엇을 설교하려고 하는가.
/윤한솔 홍익불교대 교수


